그래서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야?
사실 나는 기분이 나빴고. 그걸 니가 모르는게 또 기분이 나쁘다.
내가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고민 끝에 말을 꺼냈다.
사과를 받고 싶었다거나. 특별히 그랬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냥 따져묻고 싶고 그 사람을 비난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쨌거나 우리는 상당히 나이스하게 이야기를 마쳤고.
다음날부터 미묘하고 교묘하게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
더 싸울 수도, 사과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태.
이 더러운 기분의 출처가 나인지 너인지.
이야기를 꺼냈을 때처럼 목적도 결론도 불분명하게
이대로 있다.
잘 지내려는 노력이라던가.
내 맘 편하자고 원인을 찾아서 자기반성을 하던가.
갈등 중 상대방의 지분을 떼어내어서 이름표를 붙이고
그러나 용서하겠다며 자비를 베풀던가.
하는 방법으로 내 마음을 풀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날, 다른 일로, 우리는 마음이 풀어질 수도 있는 일이고.
적당히 싸우지 않으면서 이대로 지낸다면 그것도 그런데로 지낼만하고.,
나는 복잡한 마음을 더 잘 견딜 수 있게된 것 같고
그래서 풀어내려는 노력은 덜하는 것 같고
그냥 내버려 두면 저절로 풀어질 수도 있다는 것도 더 믿게되었다.
그런데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어쨌거나 울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