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를 접었다 폈다.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취소를 눌렀다.
이상하게 쓸말이 없어졌다.
이런걸 메마른거라고 하는 건가?
친구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인이 '메말랐다'고 우는 소릴 했는데
사진으로 전하는 일상의 모습은 멋진 배경으로 빙글빙글 웃고있길래
입버릇처럼 하는 엄살인 줄 알았다.
근데 요즘 웃고 우는 것과 별개로, 메마른 상태가 또 있다는 것을 알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는걸 보니 나도 지쳐있는 것 같다.
일년 반도 넘게 영화관을 못가고 있지만 나는 영화관을 못갈만큼 바쁜 것은 아니다.
영화를 보면서 기분전환을 할 성의도 나 자신에게 보이지 않았던 것 뿐이다.
이 성의없음으로 나는 메말라가고 있는 것 같다.
해서, 부처님 오신 날에 여행을 다녀왔다
그날 엄청 피곤했는데, 돌아오는 기차에서 나는
다음 목적지 외에 다른 모든 것을 나의 관심 밖에 두는 것이
그동안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물론 돌아온 현실에서 내가 좀 더 힘을 내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도 이렇게 내일이 오는게 싫은걸 보니, 월요일은 어찌됐던 그냥 월요일일 뿐이다.
가뭄에 내리는 한번 비가 땅의 수분을 영원히 책임지지는 않겠지만,
그 비 덕분에 앞으로 더 버틸 힘을 얻게 되는 것은 같다.
그래도 나는 3년이라는 시간을 정해두고 있어 곧 끝날 시점이 있는 고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끝도 없이 막막한 직장생활에 돌입하면 참 지옥같겠다, 한없이 메마르겠다 싶다.
다가오는 휴일에는, 메말랐다고 노래하던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무슨 영화를 볼지도 좀 뒤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