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화상 */ 안재동
시를 너무 증오하는 건 병이다.
시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도 병이다.
시에 완전히 무관심한 것도 병이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건, 그것은
광활한 중원대륙의 동맥 황하,
거대한 사막의 젖줄 나일강,
사람들에 의해 불덩이처럼 달여진
서울을 관통하는 한강,
그 큰 강들의 강물처럼 오래도록 흐르거나
한겨울,
조용한 남도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금세 멈출지도 모른다.
시를 너무 증오하거나
시를 지나치게 사랑하는 마음을 버린 채,
이 시대의 황하는 혼탁하다거나
나일강엔 석유냄새가 난다거나
한강은 생명력을 잃었다 라며
바라보고 서서 말하지 않고
그저, 강물의 일부가 되어
유유히 흐르고 또 흘러 그 끝을 만나 보리.
해질 무렵, 어느 들녘에 선 나를
아주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한 무리의 저 기러기떼. 그런데,
나는 왜 또 저들을 애써 빤히 바라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