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리어카
혼잡한 도심지 교차로를
리어카 한 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잡동사니 고물을 가득 실은 채
신호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바쁘게 걸어가던 사람들이 쳐다보고
놀란 차량들이 잇달아 경적을 울려도
끄는 사람을 볼 수 없는 리어카는
그냥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혼자 움직이는 리어카가 신기하여
손잡이 쪽으로 고개 돌려보면
그곳엔 리어카보다 자그마하고
실려진 고물보다 더욱 낡고 구부러진
할머니 한 분이 굳게 입을 다문 채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있었습니다
평생을 찌든 삶의 무게에 짓눌려온
어머니의 모습으로 세월과 싸우면서도
조급함에 길들여진 자들을 훈계하듯이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지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