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우울해하는 나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아직 그 사람 못잊은거야..?"
내가 우울한 건 단지 날씨탓이였는데. 며칠동안 울기만 하는 하늘 때문이였는데.
니가 그렇게 말하자 지금까지의 생각은 모두 핑계에 불과하고
내가 진짜 우울해하는 이유가 '그사람' 때문인듯 했다.
그럴지도...모른다.
비내리는 거리에서 그를 보았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흰색옷을 입고 빗속을 뛰어가는 그 사람.
그는 나를 못봤다.
다행이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미처 말리지도 못한 젖은 머리카락으로,
급한 김에 아무거나 걸치고 나왔는데..
이런 못난 몰골 보지 못해서 다행이다.
라디오.
누군가의 신청곡이 하필이면 그 노래였다.
<이기찬의 please.> 그가 늘 부르던 노래다.
나는 또 멍해진다. 빗소리 사이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이 노래 가사처럼 그도 아직 나를 그리워할까..?
어쩌면 새로생긴 연인과 있을지도 모른다.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갔었는데..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것 같다.
사랑은 과시 하는것이 아닐텐데, 왜 그렇게 욕심부렸을까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어차피 지나간 일인데..
비가 온다.
이런 날씨...참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