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에 관한 시 모음> 이해인의 '민들레' 외 + 민들레 은밀히 감겨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란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한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민들레 맑은 날 초록 둑길에 뉘 집 아이 놀러 나와 노란 발자국 콕 콕 콕 찍었을까 (이응인·시인, 1962-) + 민들레 날아가는 홀씨는 민들레의 우주다. 꽃 속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별이 있다. 꽃은 다 우주다. 걸릴 데 없이 만행하는 꽃씨의 불성이다. 천지간에 만개해 있는 식물의 불성 꽃이 피어도 사람들은 꽃이 핀 줄을 모른다. 날아가는 꽃을 봐도 별빛인 줄 모른다. (김재진·시인, 1955-) + 민들레 민들레가 핀다 아이들이 부는 팽팽한 풍선처럼 마음 졸이던 그런 봄날에 눈물 같은 풀꽃 데리고 소리, 소문 없이 그렇게 온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어도 고샅길을 지나 우리네 뒤뜰까지 왔다가 그렇게 간다 우리네 그리움도 거두어간다. (하청호·시인, 1943-) + 민들레꽃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 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아,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조지훈·시인, 1920-1968) + 민들레 가장 높은 곳에 보푸라기 깃을 단다 오직 사랑은 내 몸을 비워 그대에게 날아가는 일 외로운 정수리에 날개를 단다 먼지도 솜털도 아니게 그것이 아니면 흩어져버리려고 그것이 아니면 부서져버리려고 누군가 나를 참수한다 해도 모가지를 가져가지는 못할 것이다 (신용목·시인, 1974-) + 민들레 나는야 민들레 홀씨 바람 따라 왔다가 바람이 하냥 뿌려놓은 곳에 살다 바람이 부르면 툴툴 털어버린 채 아무 저항도 미련도 없이 飛翔(비상)하는 씨알 한 톨, 햇볕 그리고 적막 한 자락 흙먼지 한 줌 구름눈물 한 줄금이면 감지덕지 아무것 더 바랄 것도 없는 바람의 후예 나는야 민들레 씨알 강아지똥*도 좋아라 더불어 마냥 뒹굴다 향기 한 올 휘날리다 흔적도 없이 날아가는 실바람보다 가벼운 나비의 혼불 * 권정생의 동화 <강아지똥> (나병춘·교사 시인, 전남 장성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