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나고 화가 나더라도
꾹 참고 웃을 줄 아는 그대
떨며 지쳐 울고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줄 아는 그대
남을 비방하는 소리를 듣더라도
맞장구치지 않고 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라며 타이를 줄 아는 그대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길가에 뒹구는 쓰레기를 주워
휴지통에 버릴 줄 아는 그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아기를 안은 여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그대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
짐을 들어주며 함께 걸을 줄 아는 그대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자꾸만 메말라가는
지구라는 동그라미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
서로에게 한 방울의 기쁨이 되는
아름다운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안숙현·시인)
+ 아름다운 사람
가진 것은 없지만
밝은 웃음으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습니다
가끔 한 번씩 통화할 때면
침울했던 마음에
생기가 돌고
조급했던 마음에
평안을 주는 사람입니다
어쩌다 한 번
길거리에서 만날 때면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처럼
씩씩했고
갓 뽑아낸 배추처럼
보드랍고 싱싱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겸손함이 있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너그러움이 있었습니다
세상이 제일로 치는
물질 명예 권력보다
더 소중한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가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겐
절망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톱으로 잘려나간
고목나무 가지 끝에서
아름다운 꽃 피어나듯이
하늘을 바라보는
무지개 빛 소망이 있었습니다
(김귀녀·시인, 1947-)
+ 아름다운 사람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
웃음이 있어
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
상대방을 포근하게 해주는 사람들
늘 다른 사람을
좋은 말로 칭찬해 주는 사람들
내가 힘들고 지쳐 있을 때
용기와 격려로 힘을 북돋아 주는 사람들
가난하면서도
부족함을 모르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상대방의 슬픔을
눈물로 함께 나누는 사람들
내가 혼자라고 생각할 때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나의 좋은 친구가 되며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부가 된다.
(김낙영·시인)
+ 아름다운 당신에게
당신이 아름다운 이유는
소중한 것과 사소한 것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과
빨리 잊어야 할 것의 판단이 성숙하고
간직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알며
슬플 때 슬퍼할 수 있고
힘들 때 힘들다 말할 수 있는
진솔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린 풀잎처럼 신선하고
하늘처럼 맑으며
아이의 웃음처럼 싱그러운 느낌을
영혼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가끔 아이처럼 투정을 하여도
밉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귀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선
오랜 기다림도 마다하지 않고
여유롭고 침착할 수 있으며
그렇다고 기도하기를 멈추거나
헛된 망각의 시간으로
자신을 내몰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우러나는 것이라며
언제나 마음을 곱게 가꾸려 애쓰고
때로는 침묵과 미소로 말할 줄 알기에
늘 따듯한 가슴과 순수한 열정으로
하루를 채워가기 때문입니다
지혜롭고 총명함은
머리를 쓸 때가 아니라
마음을 쓸 때 발휘된다는 것을 잘 알며
삶은 그 어느 특정한 부분이 아니라
그 전체가 가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아름다운 이유는
늘 부족하다고 투덜대면서도
그러한 자신을 진정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아! 당신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유찬·시인, 1967-)
+ 이런 사람 사랑하라
눈발 날리는 시골 장터
소머리 국밥 앞에 놓고
행복에 젖어 기도하는
그런 사람 사랑하라
오천 원, 국밥에
진실을 넣고
사랑을 넣고
행복을 넣어
감격하여 삼키는
그런 이를 사랑하라
국밥의 가치 아는 이와 동행하면
그대 인생길 피곤치 않아
추억의 낙엽 위에 눕는 순간에도
행복하리니
이런 사람 사랑하라
(손희락·시인, 대구 출생)
+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가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이기철·시인, 1943-)
+ 아름다운 사람 - 벗의 전역 축시
꽃같이 피어나는
스물 한 살 청춘의 날부터
나이 육십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만 삼십 칠 년
기나긴 세월 동안
투박한 푸른 제복 입고
세상 부귀영화
곁눈질 한번 하지 않고
빛도 없이 자랑도 없이
나라 사랑 겨레 사랑의 한 길
묵묵히 걸어온
그대, 아름다운 사람아.
그대는 윗사람의 신뢰를 받는
실력 있고 유능한 군인이었으되
한순간도 자만에 빠지지 않았다
그대는 절도 있는 군인이었으되
비바람 눈보라 속 생사고락 같이하는
부하들에게 엄마같이 자애로웠다
그대는 박봉의 살림살이에도
기죽거나 흔한 불평 한마디 없이
가족사랑 또한 끔찍하여
1남2녀 자녀들을 훌륭히 길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