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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시 모음> 이상국의 '감자떡' 외

     날짜 : 2013년 05월 29일 (수) 11:35:58 오후     조회 : 2125      

<감자 시 모음> 이상국의 '감자떡' 외

+ 감자떡
  
하지가 지나면
성한 감자는 장에 나가고
다치고 못난 것들은 독에 들어가
가을까지 몸을 썩혔다
헌 옷 벗듯 껍질을 벗고
물에 수십 번 육신을 씻고 나서야
그들은 분보다 더 고운 가루가 되는데

이를테면 그것은 흙의 영혼 같은 것인데

강선리 늙은 형수님은 아직도
시어머니 제삿날 그걸로 떡을 쪄서
우리를 먹이신다
(이상국·시인, 1946-)


+ 감자

올망졸망
감자 식구는 많기도 해
깜깜한 땅 속에서
하나라도 잃을까 봐
꼭꼭 손 잡았네.

뿌리 맨 끝에 숨은
아기 감자까지도
손 놓칠까
꼭 쥔 그 마음

땅 속의 일이라고
아무도 모를까
가득 찬 감자밭 웃음이
저렇게 꽃으로 피는 걸.
(민현숙·시인)


+ 감자

할머니가 보내셨구나,
이 많은 감자를.
야 참 알이 굵기도 하다.
아버지 주먹만이나 하구나.

올 같은 가뭄에
어쩌면 이런 감자가 됐을까?
할머니는 무슨 재주일까?

화롯불에 감자를 구우면
할머니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 저녁 할머니는 무엇을 하고 계실까?
머리털이 허이연
우리 할머니.

할머니가 보내 주신 감자는
구워도 먹고 쪄도 먹고
간장에 졸여
두고두고 밥반찬으로 하기로 했다.
(장만영·시인, 1914-1975)


+ 썩은 감자

아이고, 냄새야
에이, 더러워라
벌레 생긴 것 좀 봐
썩은 감자 버리고 오는데

파리는 자꾸
나만 따라다닌다
(도종환·시인, 1954-)


+ 감자의 기억

참 못났다
울퉁불퉁한 감자 껍질 벗기다가
못난 마음을 긁어댄다

넘치는 계곡물이
비탈진 감자밭을 덮칠 때
허옇게 몸을 드러낸
감자의 기억을 끌어낸다

갈무리되었던 실패한 사랑이
몇 알의 화석으로 출토되어
무딘 빛살에도 눈부셔한다

뜨거운 감자를 집어든
엄지에 닳아빠진 지문이
빗소리가 끊이지 않는 여름
하얗게 분이 난 기억을 먹는다
(목필균·시인)


+ 비 오는 날에는 감자를 삶는다

오늘같이
장맛비 오는 날에는
감자를 삶았지

다 닳아빠진 감자숟가락으로
껍질을 깎고
신화당 물에 타서 살살 뿌리고
백철솥에서
감자를 삶는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젓가락으로
찔러보고 또 찔러보고
감자는 벌집이 되었지

장맛비 쉼 없이 내리는 휴일 낮
마루에 앉아 창 밖을 보고 있노라니
뜨거운 감자
호호 불며 먹던
그 시절이 그리워
함께 둘러앉아 감자 먹던
식구들이 그리워.
(이문조·시인)


+ 씨감자 파종
    
잘려 토막난 씨감자를 본다
하얀 살내음 풍기며
다소곳한 눈 하나

우리네 가슴은
오래 전부터 불이 나고
타다가 타다가 바람불면
잿빛 하늘로 남는데

어디로 가려고
하얀 재로 옷 해입었나
  
오월 마른 햇살이
밭이랑 위로
무수한 칼질을 해도
  
하나가 열로 통하는 그날을 위해
이른 봄, 오늘은 파종을 한다
(권경업·산악인 시인, 1948-)


+ 감자를 깎으며  

검은 비닐봉지가 주둥이를 열자
자줏빛 싹이 난 감자가 쏟아져나왔다
섣불리 불려나온,
환한 세상을 향한 강한 불신을 담은 눈빛들이 노려본다
성난 뿔 같다
울컥울컥 빈속에 들이켰을 바람의 향기가 아리다

거무튀튀한 흙빛을 띠고 쭈굴텅해진 몸뚱아리
어디, 저리 희멀건 속살 감추어 두었을까
쓸쓸한 앙금들
가라앉고 부유하던 속앓이로 홀로 여위어갔을

어둠 속 즐겁게 굴러가던
짱짱한 울음 하나가 허벅지 깊숙이 지뢰를 묻듯
조심조심 독을 심고
허공의 길 향해 무섭게 싹을 틔웠던 것

껍질을 벗긴다
그는 순순히 성난 뿔을 거세당한다
허옇게 드러나는 비의(悲意),
붉은 피가 스민다
성난 뿔을 잘라내고 그가 걸어간 마음의 유적
은밀한 흔적까지 도굴하려다 검지손가락을 베인 것이다

문득
몸속 길 하나가 들어선다
퍼져나가는, 감자의 독
(강해림·시인, 1954-)


+ 씨감자와 어머니

겨우내 차가운 헛간에서
수분이 빠져나간 감자
산후産後 내 어머니의 아랫배를 닮았다

배꼽 같은 감자눈을
밤톨 크기로 도려낸다
감자 씨눈 쪽으로 여리고 푸르스름한 싹이
탯줄처럼 뻗어나 와 있다
그 탯줄을 움켜잡은 내 어린 눈빛
새순을 틔울 기세로 촉촉하게 빛이 난다

남은 것은
칼 댄 부위가 덧나지 않도록 재로 잘 버무려
밭고랑에 드문드문 심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고른 흙 한 줌
하얗게 삭아갈 아픔에 엷게 덮어주고 나면
토실토실한 햇감자들
유월 뜨거운 햇볕에 밟혀
멍든 뿌리에 우르르 다시 눈뜨는 것도 보인다

봄날, 비릿한 풀 냄새 맡으며
씨감자의 몸을 가른다
어머니의 산통을 가른다
내 질긴 탯줄을 잘라낸다
(남정·시인, 경남 하동 출생)


+ 감자

감자는 밭에서 익고
탕솥이나 찜솥에서 또 한 번
익는다.
밭에서든 솥에서든
잘 익은 감자는
뭇사람의 사랑을 받는다.

밭에서
제대로 자라지 않거나
채 익기도 전에
썩어버리는 감자만큼
농부에겐 볼썽사나운 것이 없다.
밭에서 잘 익고
솥에서도 푹 익은 감자보다
더 멋 나는 감잔 없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즈음
세상을 어서 보고 싶기라도 한 듯
밭이랑을 부지런히 파헤치고
솟아오른 감자잎들 사이로
눈송이처럼 하이얗게 핀
감자꽃을 바라보면, 어딜 가서
감자다운 감자 한 번 정말
배불리 먹고 싶어질 때 있다.

잎마름병이며 가뭄이며
갖은 고비 다 이겨내고
불사조처럼 살아남아
빛깔 좋고 탱글탱글한 모습으로
식탁에서 날 뜨겁게 반겨줄
감자다운 감자가 때론
그리워진다.
(안재동·시인, 1958-)


+ 감자밭에서  

토실토실 햇감자
복스러운 보조개
수줍은 새색시 연지 볼 닮았네

허기진 가슴에
북을 돋우고
알알이 여물어 주렁주렁 열린

지지고 볶고
호호 불면서
인정이 익어가는 시골의 풍경

구수한 굴뚝연기 피어오르네
어서 가자 빨리 가
해 저문 밭고랑에 금 방울소리
(김옥자·시인)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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