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자네한테 한가지 묻겠네. 지금 바람이 불어서 깃발이 날리는 것을 보고
승려 둘이 다투고 있네. 한 승려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라 하고, 또 한 승려는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하네.
자네 생각은 누가 옳은 것 같은가?"
"글쎄요"
나는 당장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풍경인 내 입장을 생각하자
대답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바람이 불면 풍경인 제가 움직이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과연 그럴까?"
"그렇습니다."
"아니야. 그건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야.
그렇게 다투는 승려들 마음이 움직이는 것뿐이야."
나는 와불님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두운 밤이 지나고 먼동이 트듯 눈앞이 환하게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