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물에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물도 내게 한 마디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본 것은
순간의 시간, 시간이 뿌리고 가는 떨리는 흔적,
흔적이 소멸하는 풍경......일 뿐이다
마침내 내가 죽고, 강물이 저 바닥까지 마르고,
그리고 또 한참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혹시, 우리가 서로에게 하려고 했던 말이 어렴풋이
하나, 둘 떠오를지 모른다 그때까지는
우리는 서로 잘 모르면서, 그러면서도 서로
잘 아는 척, 헛된 눈빛과 수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림자처럼 쉽게 스쳐 지나갈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