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훗날 느티나무*
미처 사랑하기도 전에
그 사랑을 묻으러 사막으로 떠난 남자. 박.시.우.
그러나 거친 모래 폭풍에도 넘어지지 않는
단단한 선인장처럼
단 하루도 온전히 잊을 수 없었던 기억속의 사랑이여..
긴 세월 변함없는
언덕의 한그루 파란 느티나무처럼
때론 시원한 그늘 드리우며
때론 온몸으로 폭풍우를 가려주면서
그렇게 한 여자의 곁을 지키고 싶었던 남자의
순결한 사랑이야기...
<이별로도 사랑은 나뉘어지지 않는다.>
누가 내 사랑을 알리..
그대가 손을 들어 들녁의 자운영을 가리킬 때..
난 소슬바람에 흔들리는 자운영 여린 꽃잎이어도 좋았어라.
그대가 고개 들어 밤하늘을 바라볼 때
난 은하수 너머 아득한 별 하나여도 넉넉하였어라.
그대의 새하얀 이마를 스쳐 지나는 바람의 한가닥이었으면..
그대의 손톱 위에서 반짝 빛나는 햇살의 미세한 떨림이었으면..
하지만 누가 내 사랑을 알리.
그대여, 이제 안녕.
머나먼 나라로 내 사랑을 떠나보내고
내가 맞이할 지상의 마지막 순간
여린 꽃잎, 별하나, 바람과 햇살 된대도
다시는 그대에게 닿을 수 없지만.
이별로도 사랑이 나뉘어지지 않는다는 그 사실..
먼 훗날
그대 열오른 이마를 짚는 손길처럼
아, 나뉘어지지 않는 내 사랑 기억할는지...
(시우가 다희를 공항에서 떠나보내며 선물한 시집에서..)
<느티나무>
느티나무 사랑이고 싶었지.
오직 너만을 위한
넉넉한 그늘이고 싶었지.
새처럼 푸른 하늘 훨훨 날아다니다
언제든 찾아와 깃들수 있는
한그루 느티나무로 백년 천년 살고 싶었지.
하지만 사랑은 스스로에게 길을 물어야 할 때가 있는 법.
사랑하였어도 더 사랑하지 못하고 헤어져야 할 때가 있지.
이 순간 어쩔수 없지만
이 사랑 어찌할 도리 없지만..
널 세상에 남겨두고 홀로 떠나야 할때..
다시는 너에게 달려갈 수 없겠지.
달려가 손 내밀수 없겠지.
하지만, 사랑아...
울지마..
아파하지마..
지치고 고단할 때마다 생각해줘.
옛날의 한 그루 느티나무
그 그늘 아래 쉬었던 기억으로
더 울지도
더 아파하지도 말았으면 좋겠어.
그게 내 마음이야..
그게 내 사랑의 전부야..
(시우가 세상을 떠나기전..
..
눈을 뜬채로는 차마 마음에 닿을수 없는 사람..
천번이고 만번이고 마음에 담아도 다 채울수 없는 사람..
다희를 떠올리며..)
*조창인 장편소설 먼훗날 느티나무..
조창인님은 가시고기로도 유명하시죠..?
가시고기 이전에 조금 오래된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