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크는 노를 잡아 끌었다. 보트는 서서히 움직이며 호수의 저쪽 끝으로 부드럽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너무나 고요한 나머지 개구리가 다시 울자, 위니는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오를 뻔 하였다.
호수를 둘러싼 키 큰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으로부터 티티새가 지저귀었다. 그 낭랑한 가락은 티없이 맑고 사랑스러웠다.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게 무엇인지 알겠니, 위니?\"
나직한 목소리로 터크가 물었다.
\"생명이야. 움직이고, 자라고, 변화하고, 한순간도 똑같지 않은 것이지. 매일 아침 바라보는 이 호수의 물도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같은 게 아니란다. 이 물은 밤새도록 움직이고 있어. 저 서쪽의 시내로부터 흘러 들어와서 여기 동쪽의 개울로 흘러 나가는 거야. 물살은 눈에 거의 안 보이지? 때때로 바람 때문에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물은 항상 거기 있단다. 끊임없이 움직여서 언젠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엔 큰 바다에 이르게 되는 거야.\"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다시 황소개구리가 울었다. 어둠 속의 저 뒤편 갈대 숲으로부터 또 다른 또 다른 개구리가 대답하였다.
햇빛이 엷어지면서 호숫가의 나무들이 거뭇해졌다.
좀더 거칠고 굵은 다른 개구리 울음 소리가 가까운 둑으로부터 들려왔다.
\"그리곤 어떻게 되는지 아니? 물이 말이야.\"
터크가 말을 이었다.
\"태양이 바다로부터 그 일부를 빨아 올리면 그건 구름이 되었다가 다시 비로 내리고, 비가 강에 내리면 강물은 자꾸 흘러가서 다시 처음의 바다로 되돌아가지. 그건 수레바퀴와도 같은 거야, 위니.
모든 것이 돌고 돌면서 결코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인 거야. 개구리도 이 바퀴의 한 부분이고, 벌레도, 물고기도, 또 티티새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사람들도.
그러나 결코 똑같은 것은 아니지. 항상 새로운 것이 오고, 항상 자라나고, 변화하고, 항상 움직여 가는 거야. 그렇게 되게 만들어져 있어. 이 세상은 그런 거야.\"
보트는 마친내 저쪽 호수의 끝까지 흘러가서, 물 위에 굵은 잔가지를 내밀고 있는 쓰러진 썩은 나무에 부딪혔다. 물살이 보트 뒤쪽에 부딪히며 자꾸만 잡아 당겼지만, 보트는 나무 사이에 틀어박혀서 물살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보트를 스쳐 지나간 물살이 갈대와 검은 덤불 사이를 빠져 나와, 바위와 조약돌의 좁은 바닥 위를 거픔을 일으키며 콸콸 흘렀다.
위니의 눈에 물이 저 아래쪽에 있는 고개 숙인 실버들 사이를 돌아 사라져 버리는 것이 보였다.
\"물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어.\"
터크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 보트는 지금 걸려 버렸어. 우리가 끌어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여기에 그대로 있을거야. 빠져 나오려 애쓰지만 걸려 버린 채 그대로 말야.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의 모습인 거야, 위니.
걸려 버려서 움직이며 나아갈 수가 없는 거야. 이제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생명의 수레바퀴의 일부가 아니야. 빠져 나와 버렸어. 뒤에 처졌어. 그러나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은 움직이고, 자라고, 변화하고 있어. 우선 너부터도 그래. 지금은 아이지만 언젠가는 성숙한 여인이 되겠지. 그런 다음에는, 계속 움직여 나아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거야.\"
위니는 눈을 깜박였다. 갑자기 터크가 하는 말의 뜻이 또렷하게 이해되었다.
그렇다, 위니 자신도 언젠가는 싫든 좋든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마치 촛불이 꺼지듯, 그렇게 퇴장하는 것이다. 항의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한 일이었다.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겠지만, 지금처럼, 때로는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죽기 싫어요.\"
\"물론이지.\"
터크가 조용하게 말을 받았다.
\"지금은 아니지. 지금은 너의 때가 아니야. 그러나 죽는 것도 수레바퀴의 한 부분인 거야. 태어나는 것과 함께 말이야.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가지고 나머지만 버릴 수는 없는 거야. 수레바퀴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야. 그러나 바퀴는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어. 우리 터크 가족을 말이야. 끝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야. 우리 가족처럼 영원히 사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 도무지 말이 안 돼. 어떻게 하면 다시 생명의 수레바퀴에 올라탈 수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하겠어. 죽는 것 없이는 사는 것도 없어.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것, 이것은 그러니까 사는 것도 아닌 거야. 우리 가족은 그저 있는 거야. 길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야.\"
터크의 목소리는 이제 거칠었다.
위니는 놀라 몸이 굳어진 채로 앉아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도 위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나는 다시 움직이고, 변화하고 싶어.\"
터크가 격하게 말했다.
\"그게 끝내는 죽어 사라지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까지도 좋아. 이봐, 위니. 이것은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느낌인 거야. 사람들이 만일 트리갭 숲에 있는 샘에 대해 알게 된다면, 모두들 구정물에 달려드는 돼지들처럼 몰려갈 거야. 모두들 그 물을 마시려고 아우성일 테지.
그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렴. 어린애들은 영원히 어린애일 거고, 늙은이는 영원히 늙은이로 머무는 거야. 그게 무얼 뜻하는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어? 영원히라니.
생명의 수레바퀴는 계속 돌아가고 물은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사람들은 그대로 선 채 길가의 돌이 되어 버리는 거야. 사람들은 나중에야 그걸 깨닫게 되겠지. 그러나 그땐 이미 너무 늦은 거야.\"
터크가 위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애써 설명하느라고 터크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제야 알아들었니, 얘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아, 제발 제발 내 말을 이해해다오!\"
위니는 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로 멍멍해져서, 너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이제 물빛은 검고 부드러웠다. 물은 보트의 양가장자리에 찰랑이다가, 그 주위를 돌아 개울로 빠르게 흘러 나갔다.
[트리갭의 샘물] 中 터크와 위니와의 대화 -나탈리 배비트-
너무나 고요한 나머지 개구리가 다시 울자, 위니는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오를 뻔 하였다.
호수를 둘러싼 키 큰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으로부터 티티새가 지저귀었다. 그 낭랑한 가락은 티없이 맑고 사랑스러웠다.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게 무엇인지 알겠니, 위니?\"
나직한 목소리로 터크가 물었다.
\"생명이야. 움직이고, 자라고, 변화하고, 한순간도 똑같지 않은 것이지. 매일 아침 바라보는 이 호수의 물도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같은 게 아니란다. 이 물은 밤새도록 움직이고 있어. 저 서쪽의 시내로부터 흘러 들어와서 여기 동쪽의 개울로 흘러 나가는 거야. 물살은 눈에 거의 안 보이지? 때때로 바람 때문에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물은 항상 거기 있단다. 끊임없이 움직여서 언젠가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엔 큰 바다에 이르게 되는 거야.\"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다시 황소개구리가 울었다. 어둠 속의 저 뒤편 갈대 숲으로부터 또 다른 또 다른 개구리가 대답하였다.
햇빛이 엷어지면서 호숫가의 나무들이 거뭇해졌다.
좀더 거칠고 굵은 다른 개구리 울음 소리가 가까운 둑으로부터 들려왔다.
\"그리곤 어떻게 되는지 아니? 물이 말이야.\"
터크가 말을 이었다.
\"태양이 바다로부터 그 일부를 빨아 올리면 그건 구름이 되었다가 다시 비로 내리고, 비가 강에 내리면 강물은 자꾸 흘러가서 다시 처음의 바다로 되돌아가지. 그건 수레바퀴와도 같은 거야, 위니.
모든 것이 돌고 돌면서 결코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인 거야. 개구리도 이 바퀴의 한 부분이고, 벌레도, 물고기도, 또 티티새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사람들도.
그러나 결코 똑같은 것은 아니지. 항상 새로운 것이 오고, 항상 자라나고, 변화하고, 항상 움직여 가는 거야. 그렇게 되게 만들어져 있어. 이 세상은 그런 거야.\"
보트는 마친내 저쪽 호수의 끝까지 흘러가서, 물 위에 굵은 잔가지를 내밀고 있는 쓰러진 썩은 나무에 부딪혔다. 물살이 보트 뒤쪽에 부딪히며 자꾸만 잡아 당겼지만, 보트는 나무 사이에 틀어박혀서 물살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보트를 스쳐 지나간 물살이 갈대와 검은 덤불 사이를 빠져 나와, 바위와 조약돌의 좁은 바닥 위를 거픔을 일으키며 콸콸 흘렀다.
위니의 눈에 물이 저 아래쪽에 있는 고개 숙인 실버들 사이를 돌아 사라져 버리는 것이 보였다.
\"물은 끊임없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어.\"
터크가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 보트는 지금 걸려 버렸어. 우리가 끌어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여기에 그대로 있을거야. 빠져 나오려 애쓰지만 걸려 버린 채 그대로 말야. 그게 바로 우리 가족의 모습인 거야, 위니.
걸려 버려서 움직이며 나아갈 수가 없는 거야. 이제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생명의 수레바퀴의 일부가 아니야. 빠져 나와 버렸어. 뒤에 처졌어. 그러나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은 움직이고, 자라고, 변화하고 있어. 우선 너부터도 그래. 지금은 아이지만 언젠가는 성숙한 여인이 되겠지. 그런 다음에는, 계속 움직여 나아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거야.\"
위니는 눈을 깜박였다. 갑자기 터크가 하는 말의 뜻이 또렷하게 이해되었다.
그렇다, 위니 자신도 언젠가는 싫든 좋든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마치 촛불이 꺼지듯, 그렇게 퇴장하는 것이다. 항의해 보았자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한 일이었다. 그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겠지만, 지금처럼, 때로는 생각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나는 죽기 싫어요.\"
\"물론이지.\"
터크가 조용하게 말을 받았다.
\"지금은 아니지. 지금은 너의 때가 아니야. 그러나 죽는 것도 수레바퀴의 한 부분인 거야. 태어나는 것과 함께 말이야. 우리는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만 골라 가지고 나머지만 버릴 수는 없는 거야. 수레바퀴의 한 부분이 된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야. 그러나 바퀴는 우리를 스쳐 지나가고 있어. 우리 터크 가족을 말이야. 끝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야. 우리 가족처럼 영원히 사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 도무지 말이 안 돼. 어떻게 하면 다시 생명의 수레바퀴에 올라탈 수 있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하겠어. 죽는 것 없이는 사는 것도 없어. 우리 가족에게 주어진 것, 이것은 그러니까 사는 것도 아닌 거야. 우리 가족은 그저 있는 거야. 길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야.\"
터크의 목소리는 이제 거칠었다.
위니는 놀라 몸이 굳어진 채로 앉아 있었다. 이제까지 아무도 위니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나는 다시 움직이고, 변화하고 싶어.\"
터크가 격하게 말했다.
\"그게 끝내는 죽어 사라지는 것이라면, 나는 그것까지도 좋아. 이봐, 위니. 이것은 직접 겪어 보지 않고서는 결코 알 수 없는 느낌인 거야. 사람들이 만일 트리갭 숲에 있는 샘에 대해 알게 된다면, 모두들 구정물에 달려드는 돼지들처럼 몰려갈 거야. 모두들 그 물을 마시려고 아우성일 테지.
그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지만, 나중엔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렴. 어린애들은 영원히 어린애일 거고, 늙은이는 영원히 늙은이로 머무는 거야. 그게 무얼 뜻하는지 짐작이나 할 수 있겠어? 영원히라니.
생명의 수레바퀴는 계속 돌아가고 물은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사람들은 그대로 선 채 길가의 돌이 되어 버리는 거야. 사람들은 나중에야 그걸 깨닫게 되겠지. 그러나 그땐 이미 너무 늦은 거야.\"
터크가 위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애써 설명하느라고 터크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제야 알아들었니, 얘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아아, 제발 제발 내 말을 이해해다오!\"
위니는 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로 멍멍해져서, 너울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넋을 잃고 앉아 있었다.
이제 물빛은 검고 부드러웠다. 물은 보트의 양가장자리에 찰랑이다가, 그 주위를 돌아 개울로 빠르게 흘러 나갔다.
[트리갭의 샘물] 中 터크와 위니와의 대화 -나탈리 배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