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만들기
이제부터
나를 퍼트리는 도구
홈페이지를 만들겠다.
준비물) HTML 문서 작성기, Explorer(또는 Netscape), 종이, 연필, 그리고………나
첫 번째 단계, 먼저 HTML 문서 작성기와 Explorer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한다.
♠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시작이 맨 처음이니 만큼 100중 50이라고 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 전의 준비단계가 있다는 것은 모르는 것일까? 준비가 있어야만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는 것.....HTML 문서 작성기는 내 생각을 표출하는 도구......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확성기. 소리 없이 내 정신 파장만을 전하는 확성기. 그리고 Explorer는 나에게 보여지는....내 얼굴을 비치는 거울......나의 마음, 영혼까지도 비칠 수 있는 나에게로 되돌아오는 전자파의 섬광
두 번째 단계, 연필과 종이에 홈페이지 구상도를 그리고 설계를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시작의 단계다. 아니 아직은 준비 단계의 연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연필의 심이 까만 것은 그것을 비치는 세상의 빛이 이제는 까맣게 오염됐기 때문이요, 종이를 까맣게 칠해 가는 나는 나의 마음을 세상에 동화시키는 것이리라. 구상도는 나의 머릿속을 그려내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사람들이 말하는 질서란 것이 있어 잘 정돈된 것처럼 보이지만 내 눈에는 추악한 악마의 문형처럼 보인다. 어쩌면 내 안쪽은 이미 악마의 지배를 받고 있을지도....설계는 가장 중요한 것. 나의 악마를 보며 그의 모습을 구체화해 나아간다. 그가 이 세상에 강림할 수 있도록......
세 번째 단계, HTML 문서 작성기를 실행해 내용을 입력한다.
♠종이로 구체화된 악마가 이제는 헌 몸을 버리고 새로운 힘이 꿈틀거리는 미래로 옮겨가는 과정. 나는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를 박으로 내보내고 싶었다. 그가 즐거워하는 만큼 나도 즐거울 테니....저 밖의 거울에는 어느새 나도 한 마리의 악마로 비춰지고 있었다.
네 번째 단계, TAG를 써서 문서를 예쁘게 꾸민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악마를 두려워한다. 그를 사람들의 곁에 조금 더 가까이 대려다 놓기 위해 화장을 시작한다. 검은 얼굴을 하얀 파우더와 파운데이션으로 덧칠을 거듭해 백옥 같은 피부로 만들고 아이쉐도우와 마스카라로 눈썹을 아름답게 가꾸어주고(워낙 눈썹이 진해서 아이팬슬은 쓰지 않아도 되었다.) 립스틱을 칠하고 립글로즈로 그 위에 막을 입혀 빛나게 해준다. 화장의 마지막으로 매니큐어로 손톱에 하얀 색을 입힌다. 이제 예쁜 드레스를 짐승의 몸에 입히고 암흑의 빛깔로 빛나는 긴 머리는 리본으로 예쁘게 묶는다. 그리고 다이아 귀걸이와 사파이어 목걸이, 오팔 팔지, 토파즈 반지, 유리구두, 백금 브로치 등의 액세서리로 치장을 한다. 마지막 짐승이라는 표식의 꼬리를 옷 속으로 집어넣어 그 존재를 감춘다. 악마를 천사로 만들어 가는 과정......나는 죄를 짖고 있다.
다섯 번째 단계, 게시판을 등록한다. 무료 사이트에 들러가서 가입을 하고 게시판을 계정 받는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등록한다.
♠내 이름을 팔아 사람들이 악으로 물들어갈 장소를 제공한다. 어떤 때는 악의 이름을 가르치는 강의실로, 때론 잡담을 하는 벤치로, 비밀스런 이야기가 오가는 으슥한 골목으로, 돈에 찌들 린 사람들에게 그걸 이용하려는 악마의 종들이 돈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사기를 치는 투기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악으로 물들여주는 휴게실로, 여자들의 비음과 신음소리가 뒤섞인 창녀촌으로......그 모습은 끊임없이 변할 것이다. 모두 자신들이 창조하는 장소라 생각하겠지만 그건 홈페이지 자체의 의지.......악마의 장난질인 것이다. 그럼에도 난 내 이름을 기꺼이 바친다. 무엇을 위해서? 그건 아직 나도 모른다. 아무도 그건 모른다.
여섯 번째 단계, 방명록을 등록한다. 이것 역시 무료 사이트에 들어가 가입한 뒤 계정을 받아 홈페이지에 등록한다.
♠악을 본 사람들이 나에게 남기는 메시지. 글이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나의 웃음소리는 더 커져만 가고, 사람들이 찍어놓은 발자국들은 모이고 모여 한이 되고, 눈물이 되고, 쾌락이 되어 나의 가슴을 짓밟아 온다. 그것이 더 큰 쾌락이리라. 나는 쾌락 속에서 물장구치며 점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나의 눈가에 흐르는 이것은 무엇일까........? 마지막 인간다움이 빠져나가는 아픔......일까?
일곱 번째 단계, ..................공백.
♠악마는 7이라는 숫자를 싫어한다.....
여덟 번째 단계, '운영자에게 E-mail보내기'를 등록한다.
♠악마의 장난에 견디다 못한 자들이 저항하는 법을 알기 위해 나에게 구호요청을 보내는 곳. 하지만 난 그 사람들에게 더한 암흑만을 내려줄 뿐.....난 더 이상 빛이 아니니까. 미안하다는 말조차 이제는 존재의 의미를 잃어 버린 나의 머릿속, 나의 영혼...
마지막 단계, 사이트로 등록하기.
♠이제 이 홈페이지를 사람들의 장소로 만드는 단계. 여러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이 이제 홈페이지 관리 및 등록 운영자에게로 넘어갈 것이다. 그리고 나서 나를 심판하겠지. 하지만 그 역시 세상에 물든 사람. 쾌히 승낙하리라. 그러면 사람들은 나의 얼굴을 보리라.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해내리. 사실 그 얼굴은 자신들의 얼굴 이였다는 것을........그리고...........
이제는
모든 것을 끝내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은 소문내기를 좋아하니까.
계속 올라가는 카운터의 숫자들.........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세상의 종말 그 카운트다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