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면서,
비록 어린 나이지만 사랑의 쓴 맛과 달콤한 맛을 느꼈습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이라..
내 감정 조절하지 못해, 자칫 잘못하면 큰 일을 저지를 수도 있었습니다.
내 사랑은, 내가 하는 사랑은..
늘 조심해야 했습니다.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물러나는 그 사람이었기에,
나는..나는..마음껏 사랑할 수도 없었고, 사랑할 줄도 몰랐습니다.
지난 3년간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면서,
이런 말, 저런 말..모두 듣고 살았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도록,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내 속에 비수가 되어버리는
말을 참 많이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참았습니다.
참 착하죠..
남들이 다 아니라 하는데, 안된다 하는데도,
난 그 사람이 마냥 좋았습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용히..숨 죽이고서.
나를 무시하고,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람은..
그래도 참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 한가지 이유만으로..
나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더 착한 것 같습니다.
자존심을 버릴 줄도 알았으니.
아마, 다른 사람이 내 자존심을 건드렸으면 가만있지 않았을겁니다.
열이 나고, 화가 나서 견디기 힘들었을겁니다.
지난 3년간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면서,
한 사람의 발자국소리가, 목소리가, 웃음소리가, 미소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얼마나 추억이 되는지 알았습니다.
나를 향한 발걸음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나 때문에 웃는 소리가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나를 보며 살포시 지어주는 미소가 아니어도 좋았습니다.
그냥 좋았습니다.
바라보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건지 알았습니다.
그 사람..
어린나에게 전부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열병을 앓아보았고,
처음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을 만들어 준 사람..
그 사람 뿐입니다.
잊고 싶지도 않지만, 잊을 수 없을 겁니다.
사랑한다는 말..
아직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숨죽이고 조용히 살았으니.
사랑한다는 말,..할 수도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 있어 나 같은 사람 너무도 흔하니까.
나 역시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 속에 파묻혀버려
영영 기억하지 못할까봐..
그래서 말 못했습니다.
하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곱씹고 , 되뇌입니다.
사랑..사랑..한다는 말을..혼자서..그려냅니다.
한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 달 후면, 나.. 그 사람 얼굴, 아침마다 그리던 얼굴..
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신 못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에게, 나는..그저 스쳐간 이로, 잠시 한 장소에 머물렀던 이로..
기억될 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이나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
사랑이 뭔지, 사랑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나에게 직접 보여준 사람입니다.
나를 외면하며, 잠시 스쳐주며, 말을 건네주며..
사랑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게 나에겐 사랑이었습니다.
작은 행동들이 나에겐 모두 사랑이었습니다.
..
진심..이었다고.
그 누가 뭐래도..나만은 진심이었다고.
그리움을 헤매이다 벅벅 긁어버려,
헐어버린 내 마음..
들어와보지 못한 사람을 알 수 없는거라고.
..
너무도 사랑해서..갈 수 없던..
그래서 무거운 공기로 꽉 막혀버린 내 마음..
그 사람은 알까요..
..한달 후에..너무 슬플까봐..
미리 잊고싶어하는 내 마음을..
그 사람은 진정 알고 있을까요..
20031124/ 岸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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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알고부터 지금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내 한 몸 산산이 부서지는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이정하 詩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