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결을 생각할 때, 우선은 처녀성이 처음이고, 동정이 다음이다.
순결이 여성에게는 전유물이자 유일한 가치로까지 인식되기도 한다. 물론 그 다음으로 남성이지만.
굳이 여기서 남성, 여성을 가르고 순결이 여성에게만 강요된 사회적 억압과 폭력의 일환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엄연함 사실이고, 사실의 말함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니까. 여기서 굳이 순결 담론에 내재한 성폭압적, 혹은 권력적 은폐를 들추어 내어 밝히려는 앞으로의 글에는 사뭇 다른 방향이기에 접는다.
다만, 순결이 가치인가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처녀다, 동정이다하면 상대방의 반응응 두 가지로 압축된다.
희귀동물을 보는 것 같은 낯설음과 경탄, 혹은 어리다 뭘 모르고 있다는 식의 어리석음에 대한 질책. 그도 아니면 무관심한 반응.
어찌 되었건 반응을 보임에 있어 우선은 가치판단이 앞선다는 것이 핵심이다.
순결해야 한다, 순결은 육체적이다, 아니다 순결은 정신적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성적인 순결이 아니라 정신의 성숙이다, 등등의 담론은 모두 순결을 가치로 판단하고 나서의 일이다.
그런데, 과연 순결이 그와 같은 가치일까?
밥을 먹고, 배설을 하는 행위와 순결하다 하지 않다와 얼마간의 차이가 있는가?
전자는 분명한 사실이다. 누구나가 밥을 먹고 배설을 한다. 이와 같이 사실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없다. 누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에 대해서 논란하겠는가?
순결도 이와 같은 사실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순결해야 한다는 강요도, 순결은 억압이다라는 항변도 필요 없지 않을까? 더군다나 거기에 남성,여성의 대립모순도 없을 테고....
너무나도 흔히 저지르는 논쟁이나 사유에 있어서의 과오는, 다름이 아니라, 사실과 가치의 구분의 혼재 혹은 사실을 가치로 가치를 사실로 옮기는 데에 있지 않나 한다.
물론 이렇게 말할 때, 과연 사실이 무엇이고, 가치란 무엇인가, 그 구분이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인가를 되묻는다면, 문제는 형이상학으로 전환될 것이다. 형이상학적 물음과 답이 의미없지는 않지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시키는 일임에야 굳이 형이상학을 잠시 접어두고, 상식의 선에서 머물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