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쟁이
세모의 마지막 일요일
짱이를 앞세우고
반 백년지기 친구와 뒷산에 올랐습니다.
산소를 볼 때마다 절을 하고 싶다고 조릅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마치 자신의 할머니나 할아버지께 하듯 정성스레 절하는 모습에
‘언놈이 내개 인사를 하누’ 하면서 그 양반도 웃을 것 같았습니다.
친구는 두 번 절한 후에 반배도 해야 한다고
나는 이왕 하는 것 ‘편안히 계세요’라고 말씀드리라고 했습니다.
단정히 손질이 되어있는 산소,
몇 년째 돌본 흔적이 없는 푸서리 산소 가리지 않고
또바기로 절을 올립니다.
그러다가 사람을 만나면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늙은 사람, 젊은 사람, 예쁘게 생긴 사람, 무섭게 생긴 사람 .
꼬마의 인사가 예뻐서인지 모두들 웃으며 답해줍니다.
이번엔 강아지를 만나면
‘안녕? 아이 귀여워’ 하고 쓰다듬어줍니다.
큰 강아지, 작은 강아지, 심지어 무섭게 생긴 큰 개도 가리지 않습니다.
강아지도 꼬리를 마구 흔들며 좋아하지요.
그토록 바쁘게 세 시간 가까이
산 사람, 죽은 사람, 동물을 구별하지 않는 평등과 평화
교황이 되고 싶다던 짱이의 인사 덕에
우리 동네 지족산 마냥 신이 나서
껄껄 웃는 웃음소리가 아래 마을까지 내려옵니다.
새해엔 나도 더덜없이 짱이만큼
따뜻한 털실로 짠 “안녕하세요?”목도리를
한 광주리 담아 놓고
고마운 사람, 반가운 사람, 아픈 사람, 싫은 사람
한 장씩 목에다 걸어 줄랍니다.
언놈; 사내아이를 귀엽게 부르는 말. 푸서리;잡초가 무성하고 거친 땅.
또바기; 한결같이. 더덜없이; 더도 덜도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