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한마음별)
하얀 수건 두른 촌 아낙처럼
흰 떡가루 이고 서 있는 불곡산아!
동지섣달 마른 추위에
휘돌아 감기는 바람에 눈발 몰아가며
깊은 응달 등에 지고 서 있는 불곡산아!
생각이 깊어갈 적마다
시선 끝에 머무는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다.
기억의 머언 자리
두메산골 겨울 속 어린 날
꾀부리는 아이 들쳐 업고
고벵이 스치는 깊은 눈길을
시남시남 걸어가며
정 주던 내 아버지
백설의 무게에 못 이겨
휘고 휜 솔가지 부러지는 소리에
흠칫흠칫 파고드는 아이
헛웃음으로 달래주던 내 아버지
알콰한 막걸리 바람에 섞인
가쁜 숨결 소리가
북소리처럼 둥 둥 둥
귓가에 울려 퍼지던
내 아버지의 너 같이 큰 등자락
정한의 세월을 넘어
언듯언듯 스치는 바람처럼
움켜진 아이의 시린 손끝처럼
그 날의 아련한 사랑이 피어오른다.
스미듯 번지는 짙은 그리움으로
하얗게 비워진 마음을
겨울 속에 서 있는 너를 바라보며
보고픈 내 아버지로 채운다.
아버지의 전령인양
작은 새 하나가
마른 잎사귀 달고 서 있는
그리운 공간 사이로 지나간다.
흩날리는 스산한 눈발
그리움 깊은 마음 밭에
사르륵 사르륵 애잔하게 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