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기차표
황 경 희
주인 잃은 기차표 한 장은 가슴속깊이 묻은 채
어느 누구도 불러주지 않은 추억의 도시를 향하여
기차는 천연덕스레 헝클어진 레일 위를 달린다.
10년 전 깊이 패인 밀렵의 상처를 뒤로하며...
종착역 여기저기 서먹서먹한 얼굴들
그 속에 있을 리 없는 이를 열심히 찾다가
하얗게 탈진된 나의 몸을 이끌고
쓴 웃음진채 무거운 걸음을 옮기지만
지나가는 바람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요정들이 춤추던 신비의 거리
희망으로 용솟음치던 환희의 거리
그러나 오늘 혼자 걷는 이 거리는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미로이다.
밤이 깊어질수록
너의 형상은 뚜렷이 나타나
밤새도록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더니
웃음은 시간 속에 흘러가고
눈물은 나의 가슴에 깊이 잠든다.
무섭게 내리치는 눈물의 위력 속에
나의 가슴은 젖은 무덤이 되고
그 위에 힘없이 자라난
사랑의 잡초들...
이제 찬이슬 뿌리는 새벽이 되면
조금씩 스러져 가는 추억의 상처를 이곳에 묻고
또다시 태어나야 할 희망의 도시로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