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이야, 고맙다
손주라는 이름의 신세계를 만나는 이들과 함께
영겁의 시간 전 아주 먼 어느 곳에서
비와 눈을 맞으며
타오르는 햇볕 속에서 피워낸
그 사랑스런 꽃잎을 아낌없이 털어 내버리고
씨방 안에 꼭꼭 숨겨두었던 씨앗 하나
바람에 날려서
물결에 쓸려서
마침내 우리 곁에 새로운 꽃성 하나를 지어내어
옥돌보다 맑고,
밧줄보다도 굵은 단단한 인연이 시작되었지.
네가 바구니에 담아서 들고 와 나누어 준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삼촌이라는 낯선 이름은
재물을 새끼 치는 화수분마냥
옴실옴실
도내기샘에서
사랑과 기쁨을 뿜어내어
만나는 사람마다 한 움큼씩
마구 나누어 주고 싶게 만들었지.
너는 아니?
해질녘 서쪽하늘
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정겨이 둘러있는 새털구름 때문이듯이
늦은 나이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매듭을 지을 수 있는 것은
너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번 한가위에는 슈퍼문이라고 좋아들하지만
초승달도, 반달도, 보름달도
모두 하나인 것을
눈에 보이지 않는 참모습까지 볼 줄 아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다오.
손주 ; 손자와 손녀를 함께 이르는 말
도내기샘; 깊게 판 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