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남들이의 딸은 여전히 경과가 좋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어린 딸이 용케 그 어려운 치료를 잘 참아 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남들이와 정숙씨는 그런 딸의 모습을 지켜 보는 것 밖에는 달리 아무 것도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제 혼자서 병문안을 갔을 때 정숙씨는 저 어린 아이한테 저런 고통을 정말 줘야 하는가 하는 회의가 든다고 말하며 요즘 들어서는 자꾸 저 아이를 그냥 하늘나라로 편하게 보내주는 것이 더 아이를 위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나는 정숙씨한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병원을 나왔다. 친구의 딸을 위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 역시 아무 것도 없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다. 나는 수업을 끝마치고 교실을 나왔다. 교무실로 들어m가 일을 마치고는 현준이와 약속한 장소로 가기 위해 학교를 나왔다. 다른 때는 언제나 먼저 현준이가 먼저 연락을 해서 만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내가 만나자고 했다. 나는 정말로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채신이와 한바탕 싸움을 했다.
나는 약속장소인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언제나처럼 현준이는 또 지각이었다. 30분 늦게 나타난 현준이는 내가 앉아 있는 자리로 와서 앉았다.
“넌 좀 약속 좀 지킬 수 없냐? 어떻게 한 번을 시간을 못 지키냐?”
“난 시간 따위에 매어 살고 싶지 않아. 요즘 사람들은 정말 너무 시간에 쫓기며 살거든. 이게 다 그 망할 놈의 발명가 때문이야.”
“또 무슨 헛소리야?”
“뭐가 헛소리라는 거야? 내 말은 진리야. 진리. 이 다음에 전무후무한 소설을 써서 세계에 이름을 남길 이 위대한 작가가 하는 말이 헛소리일 리가 없잖아? 내 소원은 딱 두 개 있는데 그게 뭔지 알아? 첫 번째는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전무후무한 명소설을 쓰는 거고 두 번째는 이 세상에서 발명가들을 모조리 처형시켜 버리는 거야.”
“소설이야 뭐 넌 항상 구상만 하는 인간이니까 그렇다 치고 갑자기 발명가들을 처형시켜야 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발명가란 놈들이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으니까.”
“응?”
“내가 저번에 무언가 인간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했잖아? 드디어 범인을 찾았어. 그건 다름 아닌 이름만 거창한 발명가들이라고.”
“그 헛소리 좀 이제 그만 둘 수 없냐? 도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넌 대학 다닐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멍청해. 이 정도로 얘기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하다니. 좋아. 뭐 그렇다면 니 수준에 맞게 쉽게 얘기해야지.”
현준은 탁자에 놓인 물을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내 말은 발명가들이 인간을 세뇌시키고 있다는 거야. 예를 들면 이런 거야. 사람들은 예전에 시계 없이도 잘 살았어. 근데 사람들은 지금 시계 없으면 못 살지. 왜냐고? 시계를 누가 발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떤 할 일 없는 놈들이 시계를 만든 후로 사람들은 시계 없인 못 살게 됐어. 그것 뿐만이 아냐. 사람들은 이전에 전기 없이도 잘 살았어. 하지만 돈에 환장한 에디슨이란 작자가 전기를 만들었지. 그리고 사람들은 이젠 전기 없이는 못 살게 됐지. 컴퓨터도 마찬가지야.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컴퓨터는 지금처럼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았지만 난 사실 별로 불편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 없인 불편해서 못 살지. 그래서 발명가들을 깡그리 처형시켜야 한다니까. 사실 그런 놈들은 사람들의 불편한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려고 그런 것들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정작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그런 것들에 익숙해진 뒤라고. 다시 말해 세뇌 당한 후라는 거지. 그런 것들 없었을 때도 사람들은 잘 살았으니까.”
나는 한편으론 어이가 없고 한편으론 놀란 눈으로 현준이를 보았다. 하여튼 궤변에는 천재적인 인간이다. 하긴 그러니 별로 잘난 얼굴도 아닌데 그 많은 여자들을 속이며 사귀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너무 내 얘기만 한 거 같군. 왜 만나자고 한 거야?”
“그냥 친구사인데 꼭 일이 있어야 만나는 건 아니잖아?”
“하긴.”
우린 잔을 부딪혔다.
현준과 술을 마신지도 어느새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 현준은 또 요즘 새여자를 사귀고 있다고 말했고 어제는 그 여자와 같이 모텔에 가서 섹스를 했다고 했다. 은혜의 그 곳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고 하며 다시는 섹스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며 은혜랑 헤어진 녀석이 또 다시 그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속을 알 수 없는 인간이다.
“나 오늘은 너희 집에 가면 안 돼?”
마지막 병까지 비운 후 내가 물었다.
“우리 집에?‘
현준은 조금 뜻밖이라는 반응이었다.
“응. 지금쯤이면 차도 끊긴 것 같고 그래서. 안 돼?”
사실 그건 핑계였다. 집으로 가는 차는 아직 있었다. 나는 그냥 집에 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안 될거야 없지. 원래 니가 살던 곳이기도 한데. 하지만 니 부인이 걱정할텐데.”
“걱정은 무슨? 밤새도록 오리지널 영국영화만 볼텐데.”
우린 술집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우린 신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이전에 내가 현준이랑 같이 살던 집으로 가고 있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어디에 있는데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
채신이었다.
“오늘 못 들어가.”
“못 들어온다고?”
“응. 차가 끊겼어.”
“정말 이러기야? 무슨 남자가 그래? 아침에 싸운 일로 아직까지 삐져 있기나 하고.”
“그런 거 아냐. 친구하고 놀다 보니까 차가 끊긴 거라고.”
아침에 채신과 싸우기는 했지만 그 일 때문에 집에 안 들어가려고 하는 건 분명히 아니었다. 분명히 말하는데 난 단지 아침에 싸운 일 때문에 집에 좀 늦게 들어가고 싶었을 뿐이고 그래서 현준이하고 술을 마신 것이었다. 그런데 술이 조금 오르다 보니 갑자기 이전에 살던 집에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뿐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나는 아침에 싸운 일을 저녁까지 마음에 꽁꽁 담고 있는 그렇게 속좁은 남자가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하지만 바보같은 채신은 내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아침에 싸운 일 때문에 내가 삐져서 집에 안 들어가는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쯤되면 나도 방법이 없다. 나는 화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니 마음대로 생각해. 어쨌든 오늘은 집에 못 들어간다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아침에 채신씨랑 싸운 거야?”
현준이가 물었다. 옆에 있는 현준이한테도 채신이의 말이 들리다니 요즘 핸드폰은 확실히 성능이 좋다.
“무슨 일로 싸운 거야?”
“별 일 아냐. 그냥 사소한 일로.”
“역시 달타냥의 말이 옳아. 결혼은 할 게 못 된다니까. 사소한 일을 갖고 사람을 싸우게 만들잖아?”
“나도 내가 왜 결혼했는지 후회막급이야.”
“그럼 지금이라도 물려.”
현준은 결혼이 무슨 장기판의 장기알이라도 되는 듯이 말했다. 나는 빤히 그를 쳐다보았다.
“내가 잘 생긴 건 나도 아니까 너무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 볼 필요 없어.”
기가 막혔다.
조금 후 우린 현준이의 집에 도착했다. 현준이가 열쇠를 꺼내 문을 연 후 우린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선 다리가 불편한 현준이 누나가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현준이 누나한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현준이 누나는 나한테 답례를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불편한 다리를 끌며 방으로 들어가더니 옷을 갈아 입고 나왔다.
“누나 어디 가게?”
“술 사러. 손님이 왔는데 술 한전 대접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
“그러지 않아도 돼요.”
“그래도 그러면 안 되죠. 집을 찾아온 손님한테 술 한전 대접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거든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술 사 가지고 올 테니까.”
현준이 누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술을 사러 나갔던 현준이 누나가 들어왔다. 현준이 누나는 금방 술상을 차려가지고 내왔다. 상에는 술과 안주로 김치찌개가 놓여 있었다. 현준이가 병을 따서 내 잔에 술을 따라 주었고 나는 병을 건네받아 현준이의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누나도 술 한 잔 받으세요.”
“전 술 못 하시는 거 아시잖아요.”
“그래도 한 잔 정도는...”
“됐어. 누나는 술 못 마시니까 그냥 우리끼리 마시자고.”
나는 가볍게 현준이와 잔을 부딪힌 후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김치찌개를 떠 먹었는데 맛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맛있는 김치찌개는 먹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오늘 아침에 채신이와 싸운 것도 음식 때문이었다.
오늘 아침의 일이었다. 쿨쿨 잘 자고 있었는데 채신이가 나를 깨웠다. 상 차려 놨으니 밥을 먹으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채신이의 음식솜씨가 형편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채신은 내가 밥을 먹지 않고 계속 자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눈을 비비며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미역국과 가가지 반찬이 차려진 상은 보기가 좋았다.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항상 맛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채신과 결혼한 후로 그 사실을 뼛속깊이 체험했다. 나와 채신은 식탁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맛이 없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건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나는 금새 바퀴벌레 씹은 얼굴이 되었다.
“왜 그래?”
채신은 내 표정의 변화를 보고 물었다.
“이걸 지금 미역국이라고 끓인 거야? 이걸 무슨 맛으로 먹어?”
“음식을 누가 맛으로 먹어? 중요한 것은 건강이야. 난 화학 조미료는 하나도 안 넣고 천연 조미료만 넣었다고. 그게 건강을 위해서 좋거든.”
“화학 조미료 써도 괜찮으니까 요리를 좀 맜있게 할 수 없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넌 담배도 엄청 피잖아? 근데 거기다가 화학 조미료를 엄청 뿌린 음식을 먹겠다고? 그건 건강에 안 좋아.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한테 고마운 줄이나 알라고. 나 아니면 누가 니 건강 생각해 줄 거 같아?”
나는 더 이상 아무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봤자 내 입만 아플 뿐이고 채신이한테 내 말이 먹혀들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는 밥을 더 뜨지 않고 출근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 안 먹고 어디 가는 거야?”
“어디 가긴? 출근하잖아?”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아직 시간도 늦지 않았는데 왜 내가 해 준 밥을 안 먹겠다는 거야? 니 건강을 생각해서 만든 거라고.”
“그렇게 몸에 좋은 거면 너나 실컷 먹어. 난 그렇게 맛없는 거 먹고 싶은 생각 조금도 없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을 나왔다.
결혼 후 나의 아침은 이처럼 음식은 맛보다는 건강이라는 채신이 때문에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지금 현준이 누나가 한 김치찌개는 이제껏 먹어보지 못한 최고의 맛이었다. 우리학교 남선생들은 항상 똑똑하고 요리 못하는 여자랑 사느니 멍청해도 요리 잘 하는 여자랑 사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 멍청하고 요리도 못하는 여자랑 살고 있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늘이 내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지 하늘이 정말로 원망스러웠다.
나는 세상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 같은 기막힌 맛의 김치찌개를 안주로 현준이와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현준이 누나가 TV를 틀었다. TV에선 교육 전문가들이 나와서 무너진 공교육을 정상화 시킬 방안에 대해서 토의하고 있었다. 교육 전문가들을 각자 자기가 생각한 방안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 때 현준이가 말했다.
“암만 생각해도 저 인간들은 한심해 죽겠다니까. 공교육 정상화 시키는 게 뭐가 어렵다고 저렇게 난리들이냐? 확실히 공교육 정상화 시킬 방안은 얘기도 꺼내지 않으면서. 날 교육부 장관 시켜주면 다른 건 몰라도 교육은 바로 잡는다.”
“또 시작이냐? 그 헛소리.”
“뭐가 헛소리라는 거야? 사실 교육 문제는 해결하기 쉬워. 우리나라 교육의 근본 문제가 뭔지 아냐? 돈을 많이 받는 직업도 아니고 권위를 인정해 주는 직업도 아니라서 인재들이 선생을 하려 들지 않는데 있다고. 그러니 너 같이 별 볼일 없는 인간도 선생을 하고 있는 거 아냐? 지금이라도 선생한테 돈 많이 주면 다 선생하려고 몰려들 걸. 그럼 임용고시 합격하는 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거고 그렇게 되면 우수한 인재들만 가려질테니 지금 교육에 관련된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학원선생들도 돈 많이 주는 학교로 자연스럽게 몰려들거고 말이야. 그리고 지금 뭐 학생들이 촌지니 선생들의 체벌이니 하면서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는데 그건 지금의 시스템으로 선생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데 있다고. 솔직히 너도 선생 되는 건 차선책이었잖아? 내가 지금 말한 대로 우리나라에서 임용고시 합격하는 게 사법고시 합격하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면 그런 문제들도 다 해결된다고. 뒤에서는 뭐라고 씹어도 정작 그런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사람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는 게 우리나라 사람이거든. 어렸을 때 어떤 아저씨랑 싸웠는데 그 아저씨가 막 날 때리더라고. 그래서 그 아저씨한테 거짓말로 한 마디 했지. 우리 아버지가 검사라고. 그러니까 찍 소리도 못하고 도망치더라. 내가 말한대로 하면 다른 건 몰라도 교육은 틀림없이 해결 돼.”
“저런 사람들은 왜 너 같은 생각을 하지 못할까? 외국까지 나가서 그렇게나 열심히 공부를 했으면서.”
현준이 누나가 감탄을 하며 말했다. 현준이 누나가 얼마나 바보인지가 다시 한 번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넌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설사 니가 말한대로 해서 교육이 바로 잡힌다고 해도 그렇게 했다간 다른 분야는 다 엉망이 될 거 아냐?”
“내가 말했지. 다른 분야는 신경 안 쓰고 교육만 해결할 거라고. 넌 정말 멍청해. 사람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니까.”
나는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현준이란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이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저렇게도 잘 해 낼 수 있는지... 할 수만 있다면 그 인간의 머릿속을 한 번 뜯어보고 싶었다.
밥을 다 먹은 후 현준이와 같이 현준이의 방으로 들어갔다. 우린 잠을 자기 위해 안쪽에 놓여있는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두명이 눕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
“넌 여전히 이렇게 살 거냐?”
내가 물었다.
“응?”
현준이가 무슨 뜻인지 못 알아 들었는지 되물었다.
“누나 신세 지면서 사는 게 미안하지도 않냐고?”
“미안하기야 하지. 하지만 나중에 다 보답할 거야. 내가 저 번에 돈은 많다고 너한테 말했을 텐데. 나중에 다 누나한테 줄 거야.”
“야, 그런 거짓말은 이제 좀 그만 할 수 없냐? 너 같은 백수가 무슨 돈이 있다는 거야?”
“넌 정말 멍청해.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 듣냐? 백수는 돈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내가 수도 없이 말했는데. 그런데 그걸 아직도 이해 못하다니. 난 더 이상 너 같은 바보랑 얘기하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그만 자. 나도 졸리니까.”
정말 못 말릴 인간이다. 하긴 이 세상에서 누가 현준이를 말리겠는가? 나는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