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는 작년 6월이었지. 정확하게 말하자면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지. 그 때당시 나는 왼팔에 있는 헌병MP 완장을 신기해 했지. 왜냐고? 그 때 나는 풋내기 초임 하사였으니깐.
솔직히 아직도 휴가라 하면 가슴이 뭉게구름처럼 한없이 떠오른다. 내 휴가는 하나같이 사랑니처럼 지랄맞았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녀석은 정말 멋있는 놈이야. 녀석은 날 항상 반겨줬던 놈이니깐. 놈은 무뚝뚝하고 딱딱한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유머러스한 놈이야. 하지만 전화 속의 녀석의 목소리는 유머러스만 빠지고 무뚝뚝함만 있네. 뚜-우-뚜-우
드디어 휴가 당일이다. 전날 근무 비번을 먹은 터라 잠도 오지 않아. 선배님과 함께 휴가를 가는 거라 찜찜한 구석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뭐 어때? 밖에 나가서까지 작업이니, 잔심부름이니, 근무니 시키겠어? 그런데 자대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휴가가 뒤틀리기 시작했어. 선배님과 함께 피시방에 간 게 화근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어? 아침 일찍가도 아쉬운 마당에 12시가 되어 동서울행 버스를 탔지. 물론 선배님과 함께 말이지. 얼른 떠나고픈 생각밖에 없다. 서울이 싫어서가 아니고, 선배님이 싫어서가 아니고, 선배님과 나 사이에 공존하는 이 형언할 수 없는 어색함 때문에 말이지.
촌놈이란 걸 잘 아시는 지 선배님은 친절하게 지하철 타서 서울역으로 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 생각보다 간단하더라고. 서울역은 크긴 컸다. 크기면에서 대전역이랑 비슷했던 것 같기도하고 말이야. 버거킹 매장이 보였다. 선배님이 한끼 사주신 다는 걸 부랴부랴 마다했던 마당이라 버거킹 쪽으로 발길이 갔지만 어쩔 수 없었어. 왜냐고? 고향으로 가는 기차는 날 기다려주지 않으니깐. "KTX가 이런 거 구나" 하면서 싱글벙글 창 밖을 바라 보았지. 창 밖의 세상은 나와 정반대로 움직였지만 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지. 태양의 직사광선에 내 얼굴의 땀도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날씨는 푹푹 쪘던 걸로 기억나는 데, 기차에서 내리니 이내 시원한 바람이 날 반기더라고 하하하. 그 바람이 그렇게 기분 좋을 수 없다니깐. 플랫폼 바닥에는 석양의 희미한 붉은 빛이 빼꼼거렸지. 선배님과 함께 피시방에 안 갔어도 여길 더 빨리 도착했을 텐데 이게 뭐람. 뭐 어쨌든 상관 없어. 반대편 플랫폼에 있는 흰 원피스 입은 여자를 쫒아가고 싶었지만 환승할 차가 왔네. 그땐 그게 어찌나 아쉽던지.
환승하고 30분 정도로 더 달렸을 거야. KTX를 타다가 새마을호인지 무궁화호인지 아무튼 갈아타보니 영 적응이 안된단 말이야. 내 오른쪽 가슴팍에 오버로크로 붙어진 '민정경찰'을 스윽 쓰다듬어 보았어. 걷어 올린 소매도 다시 한번 접어 올렸지. 이 놈의 똥차도 탈만 하더군. 왜냐고? 벌써 고향에 도착했거든.
네번째 2편은 빠른 시일 내 올려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