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여름학기를 통째로 quarter off하고 방학을 쉬는데 저희 부모님은 무엇이 그렇게도 급하신지 작년에도 올해도 여름학기를 다 듣고 남은 여름학기와 가을학기의 틈새 한달을 방학처럼 쉬기로 결정 하셨습니다. 물론 남들이 듣기에는 '유학 보내줬으면 됬지 배부른 자식!' 하시겠지만 말입니다.
미국에 대학을 온지 벌써 3년차가 되었네요. 세월이 가는 속도는 자신의 나이 곱하기 2 라던데 그말이 정말 맞나 봅니다. 나이의 앞자릿수가 2가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무섭게 나이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또래쯤 되보이는 한국남자들을 만나면 한살이라도 더 많아 보이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는걸 보면 저도 아직 어리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지만 말입니다.
나이를 헛먹은것은 아닌지 이제는 부모님 마음도 십분 이해가 갑니다. 물론 철이 들다 말아서 부모님이 하시는것들이 옳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나중에 때가되면 들기 싫어도 들어야 할텐데 스물둘에 벌써 철들필요는 없잖아요? 웃음
아 이제 추석이 지나고 15일이 오면 다시 홀로 비행기를 타고 시애틀로 가겠군요. 정말 초등학교때 바른생활 시간에 '화목한 가정'이란 표현을 두고 '아 우리집은 화목하지 않다' 생각을 했을 정도로 웃음꽃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집이었지만, 떠날 때가 되니 또 언어도 다른 곳에서 '내 집도 아닌 곳'에 머무른다는 것이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어도 썩 좋지많은 않군요.
유학 3년차. 덕분에 여자친구도 잃고 늘라는 영어보다 술이 배로 는것 같지만 그래도 넓은 세상 보면서 얻은 경험은 많은것 같습니다. 이런 배부른 이야기가 나오면 혀를 끌끌 차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남자든 여자든 노인이든 아이든 슬픔의 무게는 모두 같고 저는 22살의 세상밖에 볼 수 없을테니까 출국을 앞두고 선뜻 웃음이 나오지만은 않는것이 저 입니다.
언제쯤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처럼 강한 남자가 될 수 있을런지~
오늘 마신 소주도 이제 15일이 지나면 또 '소주가 양주보다 비싸서' 못마시는 웃지못할 국가에서 내일 밥을 굶을까? 고민하며 마실까 말까 하겠지요.
저만 힘든거 아닌데 그래도 웃는게 맞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