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겠다고 작정하고 나선 그 애는
슬퍼지고 싶다고 했다. 슬픈일을 겪고 싶다고 했다.
그말이 얼마나 나를 불안하게 했는지 모른다.
그건 그랬다.
살이 오들오들 떨리는 찬빗속에 뛰어들어
손발이 꽈악. 하고 오그라 들정도가 되어서야.
그래야.
진짜 글 한줌이 손에 쥐어지긴 할테니까.
그래도 나같은 겁쟁이는 유리너머로 지켜보는 빗속이 얼마나 시린지 알게 뭔지.
난 그 놈의 글 한줌보다
오들오들 떨게될 그 아이를 보는게 싫었다.
그게 아마 글쟁이가 되겠다는 그 애와
그저 떠돌아다니는 글 한줌들에 코박고 냄새나 맡아보려는 나의
차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건 좀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