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차가운 건 이제 이가 시리고,
그 좋아하던 익스트림 핫도 이제 목이 상할까 걱정이 앞서 싫다.
커피는 식기 전에 마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 슬슬 그 주장을 꺽고 싶어진다.
나는 이제 미지근한 것 보다 약간 뜨거운 정도가 좋다.
커피는 식혀가며, 입이 궁금할 때 쯤 홀짝 홀짝 마시는 것도 괜찮다.
끈끈한 소속감도 이젠 귀찮고,
너무 홀로 인 채 살아갈 자신도 없고,
이도 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기분때문에 괜히 마음이 불편했다.
분명하게 한가지로 정해지지 못한 내 모습에 화가 났다.
서로 나눈 추억이 많지 않은 사람들과
오랜만에 모인 자리에서는 나는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딘가에 소속 되어 살아가는 동안은 항상 무리의 일부가 되어 뜨겁게 살아가느라 알아채지 못했는데
그 이후의 시간동안 나는 늘 사람들과 어느정도의 거리를 남겨둔 채로 지냈다.
오랜만의 만남은 누구와의 만남도 잘 다듬고 유지하지 못했던 나의 시간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늘 사는게 빠듯하다는 것이 핑계였다.
그러나 나만큼 빠듯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게는 없었을 것 같은 고통이 나에게는 있었다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또 다들 나만큼 눈물 한숨 범벅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솔직해 질 필요가 있다.
나는 빠듯하고 힘들어 죽겠는 모습은 되도록이면 가리고 싶었던 것 같다.
오래오래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을 생각해보니,
힘들 때는 힘든 모습대로, 살만 할 때는 또 어줍잖은 서로의 자랑질도 참아가며 그렇게
서로 지내왔었던 것 같다.
가끔 나에게 안부를 물어왔던 사람들에게, 숨쉬고 있다는 대답만 간신히 했던 것이 미안해졌다.
내일은 전화부 뒤적거려가며 안부나 물어봐야 겠다..
뜨거운게 좋은지 찬게 좋은지, 아니면 미지근한게 좋은지에 대해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내가 지금은 미지근한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게 더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