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관한 단상에서 부터 응답을 해 본다.
기억 속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한다. 과연 기억 속의 나를 나라 할 수 있는가?
친구와 부모들의 기억을 되살린다.
기억 속의 그들이 과연 그들 자신인가?
그렇다라고 단정적이고 확고하게 나는 답하지 못한다.
기억은 어디까지나 기억하는 주체를 전제로 하며, 기억주체의 재인식과 재기억의 과정을 통해서 재구성된다는 심리학적 사실을 들추지 않더라도, 주체 자신의 끊임없는 유동성에서도 나는 확신할 수 없다.
정떼기라는 말이 있다.
죽은 자들의 자리와 죽은 자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이 무섭고 두려워진다. 어른들은 말한다. 정때려 한다고. 잊혀지기 위함이라고. 기억됨이, 기억함이 일차적으로는 살아 있는 자들에게 고통을 주기에, 일단은 기억에서 사라져 잊혀짐을 겪은 후, 다시 재기억하여 재구성하는 시간의 여유를 갖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후의 기억은 과연 죽은 이들의 기억인가 아니면, 죽은 이들과 함께 한 내 자신의 기억인가?
그리고...
때로는 기억됨과 기억함이 끝내는 고통과 회한, 절망과 괴로움일 수 있는데, 과연 그렇다면, 기억에 남게 되어 결과된 영원이란 축복이어서 바라마지 않는 것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