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 * / 안재동
살다보면 우린
잠시 마주쳤다 길게 엇갈리기도 하고
엇갈려 있다 다시 마주치게도 된다.
우연히 혹은 뜻밖에.
바쁘게 길을 걷다가
발부리에 아프게 걸린 돌이라도
지나고 나면
애초 없었던 일이 되듯,
잠시 마주친 우린 다시
영원한 엇갈의 길로 가게 되거나
때론
날카로운 톱날로도 잘라지지 않는,
질기고 긴
동숙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일생 동안 한 번쯤은.
살다보면 엇갈과 마주침은
우리에겐 운명 같은 일이다.
검은 색과 흰 색,
두 개의 깃발을 머리에 꽂은 기관차는
철길도 없고 소리도 없이, 언제나
우리 곁을 힘차게 지나다니고 있다.
불과 한 발자국 사이를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