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박 남 원
배 끌고 다가와서는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한 외딴 섬.
아무도 살지 않는 곳
파도 다만 무수히 넘실댈 뿐
바람은 그냥,
우 우 우 우 그렇게만 지나가고.
세월 속에 기록 된
단 한번의 사람의 발자국도 없이
태곳적부터 그 긴긴 정지된 시간
정지된 그 긴 시간의 어느 모퉁이
섬 자락에
핀 한 송이 꽃.
이름은 뭐라 할까
알 수 없지만.
밤이면 별들이
하느님 말씀처럼 송이송이 내려와
바다 위에 내려앉아 파도를 타고
한 송이 무인도의 꽃.
이승과 저승의 담벼락도 부수고
그 긴긴 정지된 시간 속에 마침내 돌이 되어
휘파람 불며 유유히 피어있는
내 마음의 먼 외딴 섬
한 송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