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날짜 : 2000년 08월 14일 (월) 11:57:41 오후
조회 : 1497
여섯 살이잖니.
두 손으로 셈하기에도 네 개나 남은 나이인데
엄마와 3 더하기 3은 6
아직 일곱 여덟 셈하는 놀이도 끝나지 않았는데
하룻밤만 잔다더니 여직 그 곳에서 놀고 있니.
호숫물이 맑아
바닥에 뒹구는 조약돌이 말갛게 보이듯
네 눈동자도 그리 맑았지.
너의 향긋한 냄새는
너의 침대 베갯닛에도
너의 꼬꼬마 인형의 때묻은 뺨에도
그리고 지난번 소풍 때 찍었던 사진 속의 네 미소에도 남아 있는데
너의 보송보송한 얼굴과 너의 고운 음성은
어디에 두었니.
왜 그리 꼭꼭 숨었니.
아이야!
네가 좋아하던 하늘나라에 누가 있더냐.
너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아 주는 이
엄마 말고 누가 있더냐.
너를 반겨 안아 주는 이 할머니더냐, 할아버지더냐.
그래, 아이야 엄마없다 울지 말고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그분 손 놓지 말고 꼭 잡고 있으렴.
장난기 많아 잠시도 가만 못 있는 아이야.
두고 온 세상 궁금하여 무릎 꿇고 내려다보겠지.
너희들 맑은 눈으로 이 세상 구석구석 보다가
무심한 어른들 욕심 많은 어른들 심술궂은 어른들이
만들어 둔 웅덩이가 있거든
아이야,
너희들이 천사되어 꿈 속에서 일깨워 주려 마
다시는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도록 말이다.
아이야, 천사의 날갯짓을 하고
오늘 밤 또 내일 밤 잠 못 들어 뒤척이는 엄마 곁에
향긋한 너의 향기 뿌리며 오지 않겠니.
내 그 때라도 너의 보들보들한 뺨에 내 얼굴을 비비고
너의 은행잎 같은 손을 내 눈에 대어
흐르는 눈물을 막아 보련만.
그렇게나마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이 내 질긴 목숨 그래도 어이어이 이어 보련만.
아이야, 오늘도 이 엄마는
너를 안았던 가슴이 너무 허전해
너를 부르며 피를 토한다.
보고 싶은 아이야.
귀여운 우리 아가야.
1999년 7월 4일밤 두 딸의 엄마 박 경 란
☆다들 기억하고 계신지요.. 작년 여름에 씨랜드의 그 참사를..
그곳에서 예쁜 여자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가 쓴 편지라고 합니다..
체리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문보고 울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참 인터넷 상에서 유행처럼 퍼졌던 이 편지를 이곳에
다시 띄워 봅니다.. 나뿐 어른들.. 우리가 자라서 정말 큰 어른이
된다해도 이런 나뿐 어른들은 되지 말아야 겠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