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해가 많이 길어지긴 했지만, 시간이 8시가 넘어가자 한강변에도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온지도 어언 세시간..
나는 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 뭔가 않 좋은 일이 생기거나 고민할 거리가 있으면 이렇게 한강변에 나와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습관이 생겼다.
됐어를 외치며 내게서 떠나간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잡지 않고 그냥 보내버린 나..
그때 잡았어야 하는건데..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나 자신 조차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머리를 흔들면서 오른손을 주머니 깊숙히 꽂아 넣어 반지를 꺼냈다.
너무나도 비싼 반지.
그리고 나의 엄청난 고생을 통해서 얻어진 반지.
하지만 이 반지로 인해서 우리의 1000일은 박살이 나 버렸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반지를 든 오른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모든 일을 꼬이게 만든 이 반지를 한강물에 던져 버리려는 포즈를 취했다.
' 에... 에잇~~~~'
하지만.. 나는 그 반지를 한강물에 던질 수 없었다.
단지 돈이 아까워서..
내가 너무 고생을 해서 산 반지였기 때문에 던지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녀에게, 나의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 반지를 단 한번이라두 끼워줘 보구 나서
던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녀가 사는 동네, 압구정동은 내가 사는 곳과는 차원이 틀린 곳이었다.
집 한채의 크기가 보통 크기의 아파트 10개정도를 합한 것 만큼 넓었고, 약 10집당 경비초소가 한곳씩 있었다.
정말로 이곳은 무언가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사는 곳 같았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우선 근처 꽃가게에서 꽃을 한다발 샀다.
장미꽃 1000송이를 사면 좋겠지만, 내겐 그정도를 살 돈이 없었으므로 , 10송이만 장미로 사고 나머지 990송이는 안개꽃으로 대체했다.
다른 선물을 살까 생각도 했었지만, 이미 수중에는 남은돈이 하나도 없었다.
어둠이 깔린 밤길을 걸으며 경비 초소 경비원들의 감시하는 눈초리를 의식하면서, 나는 그녀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전화 박스에서 발길을 멈췄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수화기는 집어 들었지만, 번호를 누르는 손이 영 시원스럽게 움직여 주지 않았다.
' 띠...띠.. 띠.....딸깍..'
아차.. 무슨말을 할까 생각을 해야 되는데..
나는 당황하며 얼렁 전화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모든 일을 사실대로 고백해 버릴까..
지은이 그것이 나를 골탕먹인거라구..
그래서 열받아서 너한테 화를 냈던 거라구..
하지만 나 때문에 둘 사이가 서먹서먹해지는 것도 별로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냥 '다시 생각해보니.. 오늘이 1000일이었구나,
그래서 여기 꽃다발이랑 반지를 사왔어'라구 말할까.
정말로 미칠 노릇이었다.
이럴땐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건가.
도저히 머리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 보며 즉석에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서 다시 수화기를 집어들고 그녀의 집에 전화를 했다.
'띠..띠..딸깍...'
난 침을 꼴딱 삼켰다.
'뚜............뚜...........뚜.........'
'뚜............뚜..........띠~리~링♪...'
'안녕하세요 성미입니다. 지금 성미는요 아마 잠을 자거나, 샤워를 하거나, 외출중일꺼거요.
그러니까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나중에 꼬옥 연락드릴께여..
좋은하루 되세여~~'
'띠......'
난 순간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집에 없다.
9시가 다 되어가는데, 그녀가 어딜 갔을까. 평소에 7시만 되면 칼같이 집에 들어가는 그녀데..
더군다나 술도 못 마시는 그녀인데.. ,
아마도 집에 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 듯 했다.
음.. 이럴 때 나는 어떻게 그녀에게 말해야 하나...
우선 그녀를 집 밖으로 불러 내는게 중요했다. 난 다시 전화를 걸었다.
' 좋은 하루되세여~~~ 띠.....'
' 성미야.. 오빤데.. 오빠 너네집 옆 사거리 전화박스 앞에 와 있거든..
잠깐 이야기 하게 나와줄 수 있을까? 오빠 기다린다....'
그녀가 나올까.. 나오지 않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묵묵히 여기 서서 시계와 그녀집 대문을 번갈아보며 그녀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0분... 20분...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30분을 기다려도 그녀가 나오지 않자, 나는 혹시 그녀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왔나 하는 마음에, 나에게 음성 남겨 달라는 말과 함께 똑같은 메시지를 호출기에 남겼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연락이 없었다.
시간은 벌써 10시를 넘어 10시 30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난 다시 그녀의 방으로 전화를 했다.
' 띠........'
' 성미야.. 오빤데... 오빠가 오늘 정말 미안했어..
그러니까 지금 잠깐 집 앞 공중전화 박스 있는 곳으로 나와주지 않으련?
오빠가 사과의 의미루 꽃두 사가지구 왔는데....
성미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나와줘...'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의 마음은 찹찹해져만 갔다.
그녀가 이번에는 나올까.
전화박스 옆에있는 슈퍼에서 평소에는 손도 대지 않는 담배를 한갑 샀다.
담배라는게 아마도 이렇게 착잡할 때 피우라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타 불을 멋지게 켠 다음 담배를 한 개피 꺼내 쭈욱 빨았다.
하지만 한모금 들어키기도 전에 끊임없이 기침이 나왔다..
'콜록......콜록.......'
역시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인가.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그녀를 이렇게 중요한 1000일 날 기쁘게 해 주지는 못 할망정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버리다니. 내 자신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과연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녀를 계속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과연 그녀와 계속 사귈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는동안, 벌써 시간은 11시로 치닫고 있었다.
그녀가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 통금시간이 10시 30분인걸 감안하면, 그녀는 이제 나오고 싶어도 나올수 없을 것이다.
난 이렇게 되도 싸다는 자기 비하를 하면서, 절망적인 기분으로 그녀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다.
*음~ 너의 결혼식은 아직 저두 결말을 모른답니다..
아마 얘기가 길어질 듯~
근데 이거 올리다 보니 좋은 글이라기 보단 슬픈 글이 되어 버릴 것 같아요...좀 슬프더라구요 ㅠ.ㅠ
미야님~ (근데 나두 미얀데..^^*)
너의 결혼식의 결말을 다 보시려면 자주 프리홈에 오셔야 겠네요~^^
그럼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