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식당 바닥을 청소하며 불빛이 희망이라고 했던 사람의 말 믿지 않기로 했다 어젯밤 형광등에 몰려들던 날벌레들이 오늘 탁자에, 바닥에 누워 있지 않은가 제 날개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속이 까맣게 그을리는 줄도 모르고 불빛으로 뛰어들던 왜소한 몸들, 신문에는 복권의 벼락을 기다리던 사내의 자살 기사가 실렸다 어쩌면 저 벌레들도 짜릿한 감전을 꿈꾸며 짧은 삶 걸었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얇은 날개를 가진 사람들에게 희망은 얼마나 큰 수렁이었던가 쓰레받기에 그들의 잔재 담고 있자니 아직 꿈틀대는 숨소리가 들린다 저 단말마의 의식이 나를 이끌어 마음에 다시 불지르면 어쩌나 타고 없는 날개 흔적을 지우려고 나는 빗자루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제10회 현대시 동인상 수상작 중 한 편입니다. 심사평을 읽어보니 역대 수상자 중, 가장 드라마틱하게 당선자가 된 경우인 듯 싶습니다. 그 이유에는 분명 이 시인의 은근하면서도 끈질긴 시적 성찰이 돋보였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는 날벌레의 죽음을 통해 희망과 삶이라는 우리네 이야기를 이끌어냅니다. 마지막 부분 시적 화자의 섬세한 심리도 공감이 크고요. 그의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시', 동시대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분 좋은 요즘입니다.(옮긴 감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