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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가득 여운을 느끼세요
[현대詩] 벽을 세워라 - 김 종 제
현우
날짜
:
2005년 05월 15일 (일) 11:19:10 오전
조회
:
2136
열리기 위해 문(門)이 있듯이
너는 내 앞에
온몸 흔들리는 갈대로
파문 일으키는 강물로
존재한다
말하자면 너는
허물어지려고 서 있는 것이다
벽이란
쇠처럼 강하고 단단해야
보다 더 쉽게 무너지는 법이니
강철 같은 벽을 세워라
세상 무너뜨리는 폭설이나
세상 휩쓸고 가는 폭우로 세우고
아름다운 꽃으로도 나무로도
벽을 높이 세워라
문(門) 없이 문(門)을
열고 들어 갈 수 없듯이
벽 없이
벽을 무너뜨릴 수가 없다
너의 온갖 마음속 욕망으로부터
너의 온갖 입으로부터
눈으로부터
튼튼한 성벽을 쌓고
무너뜨려라
그리하여 너를 가로막는
동서남북 사방팔방
폐허를 만들어라
그리하여 벽 하나 세워라
뇌성벼락 같은 벽 하나
손에 꽉 움켜쥐고 놓지 말아라
저 완전한 절벽으로 면벽으로
새벽 같은 벽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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