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투명한 고요 속에
한낮이 머물고 있었다.
투명한 공간은
투명한 고요이기도 했다.
하늘의 단단한 빛이
풀잎의 자람을 고요히 잠재우고 있었다.
땅의 벌레들도, 돌들 사이에선
빛이 같아서, 그냥 돌멩이들이었다.
시간은 1분 속에서도 배가 불렀다.
고요한 침묵 속에
한낮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그 때 새 한마리가 울었다, 가느다란 화살 하나.
상처난 은빛 가슴이 하늘을 뒤흔들었다.
잎사귀들이 움직였다.
풀잎들이 잠을 깼다.....
그 때 나는 죽음이 누가 쏜지 모르는
하나의 화살인 것을 알았다.
눈을 뜨자마자 우리가 죽을 수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