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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간 아들에게 쓰는 시 모음> 정연복의 '군인 아들에게' 외
날짜
:
2014년 07월 23일 (수) 8:39:04 오후
조회
:
4790
<군대에 간 아들에게 쓰는 시 모음> 정연복의 '군인 아들에게' 외
+ 군인 아들에게
무슨 음식이든지 맛있게 잘 먹어
날마다 더욱 튼튼해지고
몸은 비록 군대 울타리 안에 있어도
마음의 문은 늘 활짝 열려 있고
하루 한 번은 푸른 하늘 바라보며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자연의 변화에도 다정한 눈길 보내는
여유 있고 느긋한 자세로
어떤 힘든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굳센 용기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제대하는 그 날까지
모든 일에 성실하고 솔선수범 하여
고참병에게 믿음직한 신뢰를 주고
후임병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 땅의 정말 멋지고 행복한
군인이 되어라
+ 이등병 아들에게
군대 계급 중에 제일 낮은 것이
이등병이라지만
지금 아빠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가 않는구나.
스물 두 해 동안 함께 살면서
집을 멀리 떠나본 적 없는
너를 군대에 보내고 한동안
허전한 마음 가눌 길 없었는데
5주의 신병교육 훈련을 마치는
수료식이 열린 경기도 연천 연병장에서
집 떠난 지 딱 삼십 팔일 만에
구릿빛 얼굴에 몰라보게 의젓해진
너의 심장 어디쯤 떨리는
아빠 엄마 손으로 이등병 계급장 달아줄 때
보름달같이 환하게 웃던 모습은
정말이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지.
아직은 달랑 작대기 하나의
맨 졸병(卒兵)
그러나 고된 신병교육을 잘 견디어낸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꽃으로 피던
그날의 그 기쁨과 감격과 긍지
가슴속에 보석으로 품으면
작대기 개수야 철 따라 늘며
군인의 길 너끈히 달려갈 수 있으리
별보다도 더 빛나는 작대기 하나의
이등병 나의 아들아.
+ 자랑스러운 상병 아들에게
꽃샘추위 기운 감돌던
2012년 3월 6일 낮
난생 처음 빡빡 밀은 머리로
의정부 306보충대 입대해
다섯 주 동안의 힘든 훈련 마치고
빛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던
무척 감격스럽던 그날 수료식
장면 하나하나 지금도 눈에 삼삼한데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
어엿한 상병이 된 지도 석 달째
이제 제대까지 딱 6개월
두 계절을 남겨놓고 있구나.
입대하던 날 네 책상 앞
"잘 다녀올게요. 건강하세요. 사랑해요"
군더더기 없는 단 몇 마디
그 보석 같은 메모에 남긴 약속대로
아무 탈없이 건강하고 명랑하게
군복무를 성실히 하고 있는
너의 구릿빛 얼굴
정말이지 믿음직하고 아름답구나
그런 네가 나의 아들이라는 게
고맙고도 기쁘기 한량없구나.
이래저래 어려운 순간들
꽤 있었을 게 틀림없는데도
힘들다는 말 한번도 입밖에 내지 않고
묵묵히 견디어온
미덥기 짝이 없는
참 자랑스러운 군인 아저씨
나의 사랑하는 상병 아들아!
+ 외박 나온 아들에게
하루하루
손가락으로 날짜를 세며
차곡차곡
그리움은 쌓여
'저는 건강하게 잘 지내요.
집에는 별일 없지요?'
보름에 한번쯤 전화선 저편
너의 목소리만 들어도
엄마 아빠 마음속에는
안도와 기쁨의 꽃 한 송이 피었지.
눈 깜짝할 새 흘러갈
1박2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구릿빛 네 얼굴을
눈앞에 마주 대하는
지금 이 순간은
더없이 행복하고 소중한 한때.
제대하는 그 날까지
건강하여라
나라를 지키는
자랑스런 나의 아들아.
+ 달 속의 아들
어쩌면 저리도
환할까
밤하늘 희뿌연 호수에 잠긴
동그랗고 순한 불덩이
쉰 여섯 해 살아오면서
많은 달을 보았지만
오늘밤 보름달은
참말로 크고도 밝아라.
손을 쭉 뻗으면 닿을 듯
낮게 걸린
아득히 먼 거리를 두고서도
지척(咫尺)인 듯 느껴지는
달의 동그라미 속에
두둥실 떠오르는 것 하나.
"엄마 아빠도 잘 지내고 있을 게
너도 건강해야 한다."
아쉬운 작별의 포옹 속
이제는 꽤 여유 있는 모습으로
하지만 문득 스치는
슬픔이야 감출 길 없이
껑충한 키에 보헤미안같이
통기타 둘러맨 채
1박2일의 짧은 외박 마치고
저기 위병소 쪽으로 한 발 한 발
한 점 풍경으로
가뭇가뭇 멀어져 간
헤어진 지 겨우
몇 시간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와락, 보고 싶은
달같이 순한 아들의 얼굴.
+ 제대하는 아들에게
만 21개월
날짜로는 정확히 639일
일곱 계절 동안의 군복무를
성실히 마치고
이제 손꼽아 기다렸던
제대 날이 왔구나.
가끔 부대로 면회 갔을 때나
몇 차례 외박과 휴가를 나와서도
늘 밝고 명랑한 모습이었을 뿐
힘들다는 말 한마디 없었지.
더 건강해진 몸
더욱 참을성을 익힌 정신으로
이제 네 인생을 맘껏 꿈꾸렴
너다운 삶을 활짝 꽃피어 보렴.
작대기 넷의
자랑스러운 병장 계급장을 달고
다시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고맙고 사랑하는 아들
보고 또 보아도
눈부시게 멋진 청춘(靑春)아.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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