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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시 모음> 정연복 시인의 '하늘' 외
날짜
:
2014년 07월 14일 (월) 3:06:10 오전
조회
:
1501
<하늘 시 모음> 정연복 시인의 '하늘' 외
+ 하늘
저 드넓은 하늘을
나의 마음이라 하자
저 맑고 순수한 하늘을
또 너의 마음이라 하자.
마음은 시시각각 변해
종잡을 수 없다고
내 마음 나도 모를 때가 많다고
세상 사람들은 말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문득
하늘같아 질 때도 있지 않은가.
서로의 존재에 눈멀어
마냥 행복했던 연애 시절
우리의 마음도
어쩐지 하늘을 닮았었지
아무런 욕심 없이
뭐든 기쁘게 품어주는 하늘이었지.
+ 하늘
오늘 팔월의 하늘은
쪽빛 바다
한눈에 담지 못할
넓디넓은 대양(大洋).
삼십 몇 도를 오르내리는
찜통 더위라도
저 푸른 바다에 풍덩 뛰어들어
가뿐히 잊을 수 있으리
흰 솜사탕 구름 한 조각
한 입 깨물어 먹으면
한세상 살아가며
켜켜이 쌓인
몹쓸 사랑의 허기(虛氣)도
사르르 녹으리.
+ 하늘
파란 가을 하늘은
그대로 한 장의 도화지
뭐든 맘껏 그려보라고
그분이 활짝 펼쳐 주신 도화지다
나무 잎새들마다
내려앉은
햇살은 어릴 적 엄마의
품같이 따습고
저기 우람한 도봉산도
하늘 아래 한 점 풍경을 지은
이렇게 좋은 날
나는 또 무슨 그림을 그릴까
그림 그리기가 서툰 나는
이름 석 자 적어 볼까
드넓은 하늘 아래 온 땅에서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
아내의 이름 석 자
큼지막하게 적어 볼까
+ 가을 하늘
가을 하늘은
왜 저리도 높은가
가을 하늘은
왜 저렇게 넓은가
가을 하늘은
왜 이렇게 푸른가
가을 하늘은
왜 이다지 맑은가.
세상 끝에서 끝까지 펼쳐진
도화지 같고 거울 같은
가을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면
내 안이
환히 보이는 것 같다
마음이 밝아지다가도
문득 내 자신이 부끄럽다.
+ 가을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가을 하늘
끝없이 펼쳐진
그 순수의 도화지에
아무든지 오직 한 사람의
얼굴을 그려야 한다면
나는 무심코 누구의
얼굴을 그리게 될 것인가
그 얼굴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림을 그리는 내 마음은
또 어떤 느낌일까.
말없이 온 세상
굽어보고 있는 듯한
가을 하늘이
툭 던지는 화두(話頭).
+ 하늘
한 하늘 아래
우리가 살고 있어요
나는 여기에 있고
님은 구름 저 멀리 계시지만
님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나면
가만히 하늘을 바라봅니다
님도 지금 저 멀리에서
내가 보고 싶어
님도 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래신다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음으로 만날 수 있어요
하늘 가득
님의 모습이 있어요
나를 향해
살짝 미소지으시는 님
보일 듯 말 듯
님의 어여쁜 모습에
터질 것만 같은 그리움은
넘치는 사랑의 행복이 되어요
이렇게 우리는
한 하늘 아래
하나의 사랑 안에
살고 있어요
나 님이 좋아 어쩔 줄 모르고
님도 나를 좋아하는
우리의 작고 예쁜 사랑
+ 지평선
저 멀리
땅의 끄트머리
하늘과
맞닿아 있네
땅이 하늘로 오르고
하늘이 땅을 품어
둘이 슬며시
하나 되네.
꽃 피고 낙엽 지는
지상에서
한 발 한 발
디디어 가는
가난하고 여린
내 목숨의 끝도
해와 달과 별
뜨고 지는
저 하늘과
맞닿아 있을까.
+ 새
바람을 타고
무한의 창공을 날면서도
세상의 모든 새들은
용케도 제 길을 찾는다
하지만 나는 벌써
반평생을 훌쩍 넘어 살고서도
내 갈 길을 몰라
이리저리 방황할 때가 많다
마음 하나 텅 비우지 못하여
사뿐히 날지 못하는
아직도 둔탁하기만 한
내 삶의 무게여
하늘을 가벼이 날아오르는
저 새를 바라보며
나는 오늘 문득
부끄럽기 그지없다
+ 해님, 달님, 별님
나는 해님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해님은 날마다
나에게 밝은 빛을 가져다준다
나는 달님을 위해
무엇 하나 해준 게 없는데
달님은 사시사철
나에게 은은한 빛을 선사한다
나는 별님을 위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도
별님은 매일 밤
나에게 반짝 눈웃음을 친다.
그냥 남에게 베풂으로
기쁨을 누리는 사람도 있다
마음이 꽃같이 예쁜 사람
우리 곁의 천사다.
+ 부자 되는 법
돈으로 부자 되기는 어려워도
달리 부자가 될 수 있다
마음이 부자 되는 것이다
가슴이 넉넉해지는 것이다
마음에 푸른 하늘
하나만 품으면
가슴속에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너도나도
금방 부자가 될 수 있다
비록 살림살이 궁색해도
비굴하지 않고
남들이 뭐라 해도
끄떡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기쁘고 즐거운 맘으로
살아가는
멋진 부자가 될 수 있다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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