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시 모음> 정연복의 '5월의 그대' 외 + 5월의 그대 하늘 푸르고 햇살 밝은 5월에 태어난 그대 자연과 벗하기 좋아하는 순하고 깨끗한 영혼 한결같아 지금껏 지상에서 쉰 일곱 해 긴 여행을 하고서도 연초록 이파리 5월의 나무들처럼 싱그럽고 한 송이 꽃같이 장미같이 여전히 눈부시게 아리땁구나. 동심(童心) 살아 숨쉬는 그대 마음속엔 세 개의 불멸의 보석 믿음과 소망과 사랑도 함께 있어 그대의 발길 닿는 곳마다 기쁨과 평화의 꽃이 피는구나. 아름다운 5월을 지으신 은총 많으신 그분의 귀한 딸 오! 5월의 그대여. + 라일락 향기 연보랏빛 꽃도 눈에 쏙 들어오지만 겉모양보다 더 매혹적인 은은히 짙은 향기로 이름난 라일락 일년 열두 달 중에 하필이면 라일락 피는 5월에 그분이 너를 이 땅에 보내신 것은 목련이나 장미처럼 눈부신 겉의 화려함보다는 보이지 않는 고운 심성으로 송이송이 사랑꽃 피워 네 발길이 닿는 모든 곳 너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 있음의 기쁨과 행복을 전하는 그윽한 향기 되라는 뜻이려니, 해마다 라일락꽃은 피고 지더라도 왠지 라일락 같은 느낌의 너는 우리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길이 남으리 + 꽃 구름같이 바람같이 흐르는 시간의 강물 따라 이제 지상에서 걸어온 날의 시작은 아련하고 저기 어디쯤 끝도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세월 너머 한결같이 아름다운 너. 노랑 개나리의 명랑 연분홍 진달래의 수수 하얀 목련의 순수 연보라 라일락의 향기 빨간 장미의 열정 안개꽃의 겸손 해바라기의 소망 들국화의 청초 이 모두 너의 작은 존재 안에 담고 있네. 세상 한 모퉁이 환히 밝히는 빛의 천사 세상의 슬픔 옅게 하는 기쁨과 사랑의 천사 되라고 그분께서 이 땅에 보내신 예쁘고 착한 꽃 너! + 당신의 생일 당신 생일은 9월 27일 내 생일은 12월 23일 당신은 가을 여자 나는 겨울 남자 가을 하늘처럼 맑은 당신의 영혼 가을 햇살같이 은은한 당신의 사랑으로 나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아왔으니 끝없이 넓은 우주 무수히 많은 별들 중에 당신이 이 지구별에 온 9월 27일은 내 생애 최고의 경축일(慶祝日) 이 목숨 다하는 그 날까지 겨울 들판의 소나무같이 당신을 좋아하는 내 마음 영원히 변치 않으리 + 인생은 아름다워라 꽃 피고 낙엽 지는 황홀과 우수(憂愁)의 땅 새소리 바람소리 들리는 명랑과 고독의 숲 억만금(億萬金) 주고도 살 수 없는 아직은 콩닥콩닥 뛰는 심장의 고동으로 한세월 지상을 거닌다는 건 얼마나 복된 일이랴. 세상살이 근심 걱정 라일락 향기 속에 날려보내고 불타는 장미의 사랑 은은한 들꽃의 사랑도 하다가 이윽고 이 몸 꽃같이 시들어 지고 나의 영혼 해와 달과 별 숨바꼭질하는 드넓고 순수한 하늘 저편으로 스러지리니 인생은 아름다워라 피고 지는 목숨꽃 아름다워라 + 21번째 생일을 맞은 딸에게 엄마 아빠의 귀한 딸로 태어나 스물 한 번째 생일을 맞아 예쁜 케이크에 환하게 촛불을 켜고 명랑하게 손뼉을 치며 "나를 이 세상에 낳아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하던 네 모습은 정말 보기 좋더구나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나를 이 세상에 낳아주셔서 감사해요"라는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아빠의 귀에는 고단한 세상살이를 잠시 잊게 하는 최고의 위안이고 격려이며 한평생 아빠의 가슴 한구석에 남을 보석 같은 말로 들리더구나. "내가 벌써 스물 한 살이라니...." 하고 스스로 감탄하던 너를 이제 아빠는 어엿한 숙녀로 대해야 하겠구나 네 인생의 선장은 누구도 아닌 바로 민교 네 자신이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인정해주고 싶구나 물론, 어린 시절을 뛰어넘어 어엿한 성인으로서 제 앞날을 개척해 간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아 앞으로 뜻밖의 고통과 시련의 순간들을 마주해야 하겠지. 그러나 '내 인생'이라는 온 세상에 단 한 척밖에 없는 배의 키를 움켜잡고 있는 선장으로서 삶이 순항할 때보다 험난한 항해를 해야 할 때 더욱 힘과 용기를 내어 의연하게 삶의 풍랑을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또 하나, 살짝 알려주고 싶은 게 있지. 너의 앞에는 온 우주 만물의 주인이신 그분이 계셔서 보이지 않게 매 순간 항로를 인도해 주실 거고, 너의 뒤에는 네 삶의 모습이 어떠하든 변함없이 너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아빠 엄마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한다 착하고 밝고 순수하고 총명할뿐더러 엄마를 닮아 믿음 또한 바다같이 깊어 더욱 예쁘고 사랑스럽고 미더운 나의 딸 민교야.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