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이광웅·교사 시인, 1940-1992)
+ 어릴 때 내 꿈은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 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한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 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 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목숨을 끊으며 거부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편이 되지 못하고
억압하고 짓누르는 자의 편에 선 선생이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어요.
아직도 내 꿈은 아이들의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예요.
물을 건너지 못하는 아이들 징검다리 되고 싶어요.
길을 묻는 아이들 지팡이 되고 싶어요.
헐벗은 아이들 언 살을 싸안는 옷 한 자락 되고 싶어요.
푸른 보리처럼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 동안
가슴에 거름을 얹고 따뜻하게 썩어가는 봄 흙이 되고 싶어요.
(도종환·시인, 1954-)
+ 너희들에게
싹수 있는 놈은 아닐지라도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모범생은 아닐지라도
나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오토바이 훔치다 들켰다는 녀석
오락실 변소에서 담배 피우다 걸렸다는 녀석
술집에서 싸움박질 하다 끌려왔다는 녀석
모두 모두가 더없는 밀알이다
공부 잘해 대학가고 졸업하면 펜대 굴려
이 나라 이 강산 좀먹어 가는 관료 후보생보다
농사꾼이 될지 운전수가 될지
공사판 벽돌 나르는 노동자가 될지
모르는 너희들에게 희망을 갖는다
이 시대를 지탱해 가는 모든 힘들이
버려진 사람들, 그 팔뚝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나는 너희들을 믿는다
공무원 관리는 되지 못해도
어버이의 기대엔 미치지 못해도
동강난 강산 하나로 이을 힘이 바로 너희들
두 다리 가슴마다 들어 있기에
나는 믿는다 통일의 알갱이로 우뚝우뚝 커가는
건강하고 옹골찬 너희 어깨를
(조재도·교사 시인, 1957-)
+ 스승의 시
선생님은
학생들 마음에 색깔을 칠하고 생각의 길잡이가 되고
학생들과 함께 성취하고 실수를 바로잡아주고
길을 밝혀 젊은이들을 인도하며
지식과 진리에 대한 사랑을 일깨웁니다.
당신이 가르치고 미소 지을 때마다
우리의 미래는 밝아집니다.
시인, 철학자, 왕의 탄생은 선생님과
그가 가르치는 지혜로부터 시작하니까요.
(케빈 윌리엄 허프·미국 웹디자이너로서 교사인 아내를 위해 '선생님'에 관한 일련의 시를 썼다)
+ 무명교사 예찬사
나는 무명교사를 예찬하는 노래를 부르노라.
위대한 장군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나
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무명의 병사이다.
유명한 교육자는 새로운 교육학의 체계를 세우나
젊은이를 건져서 이끄는 자는 무명의 교사로다.
그는 청빈 속에 살고 고난 속에 안주하도다.
그를 위하여 부는 나팔 없고,
그를 태우고자 기다리는 황금마차는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그 가슴을 장식하지 않는도다.
묵묵히 어둠의 전선을 지키는
그 무지와 우매의 참호를 향하여 돌진하는 그이어니
날마다 날마다 쉴 줄도 모르고
천년의 적이 악의 세력을 정복하고자 싸우며,
잠자고 있는 영혼을 깨워 일으키도다.
게으른 자에게 생기를 불어주고
하고자 하는 자에게 고무하며
방황하는 자를 확고하게 하여 주도다.
그는 스스로의 학문하는 즐거움을
젊은이에게 전해 주며
최고의 정신적 보물을 젊은이들과 더불어 나누도다.
그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은 후일에 그에게 되돌아 그를 기쁘게 하노니
이것이야말로 그가 받은 보상이다.
지식은 새 책에서 배울 수 있으되
지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오직 따뜻한
인간적 접촉으로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로다.
공화국을 두루 살피되 무명의 교사보다
예찬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 어디 있으랴.
민주사회의 귀족적 반열에 오를 자
그밖에 누구일 것인고
자신의 임금이요, 인류의 머슴인저!
(헨리 반 다이크·미국 시인, 1852-1933)
+ 교사의 기도
오, 주님!
내가 교실에 들어갈 때
나에게 힘을 주시어 유능한 교사가 되게 하소서.
나에게 지식 이상의 지혜를 주시어
내가 준비한 지식을 아는데 그치게 않게 하시고
내게서 배우는 학생들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나에게 그들을 설득시킬 지혜를 주시어
냉담한 그들의 얼굴이
당신께 대한 관심으로 피어나게 하소서.
당신께 큰 관심이 없는 학생들 가슴속에
내가 이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되겠나이다.
배반자의 쌀쌀한 얼굴도 마다하지 않으신
당신의 그 친절을 나에게도 주시어
가면 뒤에 숨어 있는 고독한 영혼을 보게 하소서.
나에게 당신의 그 인내를 주시어 실패해도 낙심 말게 하소서.
이 땅 위에 오셔서 완고한 인간들 가운데서 일하다 가신
당신을 본받아야 되겠나이다.
나에게 당신의 그 겸손을 주시어
당신께서 사람들을 아버지께로 인도하신 것 같이
나도 사람들을 당신께로 인도하게 하소서.
당신께서 은총을 내려주시지 않으면
나는 아무도 당신께로 인도할 수 없사오니
결코 혼자서 하겠다는 생각은 말게 하소서.
나에게 통찰력을 주시어 나는 어른이라는 것과
이 학생들은 나만큼 자제력도 없으며
그 원하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올바로 인식하게 하소서.
학생들을 훈육하되 언제나 친절을 잃지 않게 하소서.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소서.
모든 지식을 다 갖추고 있더라도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 아무 유익이 없사오니
사랑을 꼭 실천하는 것을 배워 알게 하소서.
학생들이 나에게서 당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가장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임을 알게 하소서.
학생들에게는 천국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면서도
나 자신은 그 길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도와주소서.
주여!
마지막으로, 내가 받을 최대의 보상은 여기에서가 아니라
저 세상에서라는 것을 잊지 말게 하소서.
이 땅 위에서 당신을 빛낸 공로로 내가 가르친 학생들과 함께
나는 천국에서 별처럼 빛나리라는 것을 알게 하소서.
(작자 미상)
+ 교사의 기도
주여 저로 하여금 교사의 길을 가게 하여
주심을 감사하옵니다.
저에게 이 세상의 하고많은 일 가운데서
교사의 임무를 택하는 지혜를 주심에 대하여
감사하옵니다.
언제나 햇빛 없는 그늘에서 묵묵히 어린이의
존귀한 영을 기르는 역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데 대하여 감사하옵니다.
주여, 저는 이 일이 저에게
찬란한 영예나 높은 권좌나 뭇 사람의 찬사나
물질적 풍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지루하게도 단조로우며 뼈에 사무치게도 외로운 것임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제가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를 천시하면서도
제가 완전하기를 기대하는
지난(至難)한 것임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때로는 찢어지게 가난한 낙도에서,
때로는 다 찌그러진 몇 개의 단칸 초가밖에 없는
산촌에서 무지와 싸워야 하는
노역(勞役)임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을 베풀어주신
주의 은총을 감사하옵니다.
이 길만이 사람의 올바른 마음을 키우고
우리 사회와 나라를 번영으로 이끌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임을 깨닫게 하신
주의 천혜(天惠)를 감사하옵니다.
주여, 그러나 저는 저에게 맡겨진 이 거룩하고도
어려운 과업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도 무력하고 부족하며 어리석습니다.
갈 길을 찾지 못하여 어둠 속에서 방황할 때
저에게 광명을 주시어 바른 행로를 보게 하여 주시고,
폭풍우 속에서 저의 신념이 흔들릴 때
저에게 저의 사명에 대한 굳은 믿음을 주시어
좌절하지 없게 하여 주옵소서.
힘에 지쳐 넘어질 때
저를 붙들어 일으켜 주시고,
스며드는 외로움에 몸부림 칠 때
저의 따뜻한 벗이 되어 주시며,
휘몰아치는 슬픔에 흐느낄 때
눈물을 씻어 주옵소서.
세속의 영화와 물질의 매력이 저를 유혹할 때
저에게 이를 능히 물리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제가 하고 있는 일에 의혹을 느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총명과 예지를 주옵소서.
주여, 저로 하여금 어린이에게 군림하는
폭군이 되지 않게 인도하여 주옵소서.
제가 맡고 있는 교실이 사랑과 이해의 향기로
가득하게 하여 주시고,
이로부터 채찍과 꾸짖음의 공포를 영원히
추방하여 주옵소서.
모른다고 꾸짖는 대신 동정으로 일깨워 주게 하시고,
뒤떨어진다고 억지로 잡아끄는 대신
따뜻한 손으로 제 걸음을 걷게 하여 주옵소서.
길을 잘못 간다고 체벌을 주기에 앞서
관용으로 바른 길을 가르치게 하시고,
저항한다고 응징하기에 앞서
애정으로 뉘우칠 기회를 주도록 도와주옵소서!
주여, 저로 하여금
혹사자가 되지 않게 하시고
언제나 봉사자가 되게 하여 주옵소서.
저로 하여금
젊은이의 천부적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풍토를 마련해 주는 협조자가 되게 하시고,
억압이나 위협으로
자라 오르려는 싹을 짓밟는
포학자가 되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저로 하여금 모든 어린이를 언제나 신성한
인격으로 대하게 하시고,
그들에게도 그들이 살아갈 권리와
생활과 세계가 있음을 잊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그들은 성인의 축소판도 아니고
그의 완성물도 아니고,
저의 명령에 맹종해야 하는
꼭두각시도 아님을
항상 기억하고 있게 하여 주옵소서.
주여, 저로 하여금 교사라 하여 어린이의 인격과
자유와 권리를 유린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게 하시고,
교사의 자리를 이용하여 어린이를
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지 않게 하시고,
의견을 무리하게 부과하는 대상물로
삼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교사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어린이의 올바른
성장을 돕는 협력자요 동반자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그의 올바른 성장이 곧 저의 영광임을
기억하게 하여 주옵소서.
주여, 저로 하여금 현재 제가 지키고 있는
어린이들이야말로 장차 우리 나라의 기둥이요,
우리 민족의 계승자임을 거듭 깨닫게 하여 주시고,
그럼으로써 저는 그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그들을 도와 올바르게 키워야 할 막중한 책무가
저에게 있음을 의식하게 하여 주옵소서.
저로 하여금 오늘 제가 행하고 있는 일이
장차 어린이들의 생활과 행복을 좌우하고,
우리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요인이 될 것임을 마음속에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여 주옵소서.
주여,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어
십자가를 능히 질 수 있게 하시고,
저를 도우시어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스승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오천석·교육학자, 1901-19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