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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사랑 시 모음> 정연복의 '여보, 미안해' 외

     날짜 : 2014년 07월 15일 (화) 10:59:29 오전     조회 : 2020      


<부부사랑 시 모음> 정연복의 '여보, 미안해' 외

+ 여보, 미안해

너의 행복 하나
고이 지켜 주겠다고

새끼손가락 걸어
굳게 맹세했었는데

나에게 시집 와서
고생만 시킨 것 같아

여보,
미안해

너의 마음에
그늘지는 일이 없도록

늘 밝게 살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나의 지치고 약한 모습
종종 보여줘서

여보,
정말 미안해

너를 위해서라면
저 하늘의 달과 별이라도

성큼 달려가 따오겠다고
호언장담했었는데

들꽃 한 묶음도
정성껏 안겨 주지 않아

여보,
너무 미안해


+ 사랑가

당신이 있어
내가 있습니다

당신이 있어
나는 사랑을 합니다

당신이 있어
나는 천국과 지옥을 오갑니다.

나의 기쁨이며 슬픔
나의 빛이며 그림자

이 가슴 뛰게 하고
이 가슴 놀라게 하는

당신이 있어
내가 살아 있습니다.

내 눈에는
꽃보다도 더 아름다운

작은 당신
하지만 내겐 너무 큰 당신

그런 당신을
한평생 사랑하고 싶습니다.


+ 차 한 잔

가끔 아내는
내게 차 한 잔을 권한다

잠시나마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자는 뜻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나는
차를 물 마시듯 단숨에 마셔 버린다

급할 것 하나 없는 세상살이인데
왜 나는 이리도 여유가 없을까

뜨거운 차가
서서히 식어가면서  

얘기 꽃 한 송이 피우면
우리의 사랑 더욱 깊어질 것을

머잖아 이 목숨도
싸늘한 찻잔같이 될 것을....


+ 어느 날의 사랑고백

그대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큰소리를 내지는 않으리

그대를
사랑한다, 영원히 사랑한다
장담하지는 않으리

그대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지
어느새 스물 몇 해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
그대의 검은 머리에 흰눈이 내리네

나 이제
그대에게 하고픈 말은

그대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 그대의 배경이 되어 주리라

말없이 은은히
오직 그대 곁에 있으리


+ 사랑의 꿈

죽음 너머까지의 영원한
사랑을 꿈꾸지는 않으리

우리 둘의 심장이
뛰는 그 날까지만

너는 내 가슴속 한 묶음
소박한 들꽃이면 좋으리

나는 네 가슴속 한줄기
밝은 햇살이면 좋으리

서로의 마음이
가끔은 모나고 어긋나서

짜증을 부리고 한바탕
사랑싸움을 해도 좋으리

그저 햇살 그리운 들꽃
들꽃 그리운 햇살이면 좋으리


+ 사랑의 천국  

며칠 전 내게 보내준
단 두 줄의 문자 메시지

"내가 천국에 갈 때까지
당신만 사랑해요."

이 황홀한 고백
한평생 가슴속에 있을 거예요.

나도 똑같이
당신께 말하겠어요

"내가 천국에 갈 때까지
당신만 사랑해요."

꿈같이 바람같이 흐른 지난 세월
가만히 뒤돌아보면

당신과 함께 한 스물 네 해
하루하루가 천국의 시간이었지요.

이제 우리의 머리에
흰 서리 솔솔 내려

지상의 날들
얼마쯤 남았을지 몰라도

우리의 사랑이
바로 우리의 빛나는 천국이고

어느새 미루나무같이 우뚝 자란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

그 천국의 더없이 소중한
보물인 것을.


+ 차라리 나이기를

우리가 만난 지
어느새 스물 다섯 해

이따금 싸울 때도 있지만
부부의 정 말없이 깊어지는

우리 두 사람은
아무래도 천생연분.

당신 없는 나
나 없는 당신은 몹쓸 생각이지만

무릇 생명의 주인은
바람 같은 시간

언젠가 우리 둘
지상의 인연 다할 날이 오겠지.

한날 한시에 같이 가서
함께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죽음의 길이라도 무섭지 않고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하지만 우리 둘 중 누군가
먼저 떠나야 한다면

그래서 뒤에 남는 사람이
슬픔에 잠겨야 한다면

아무쪼록 당신이
나보다 먼저 가기를!

사별의 큰
슬픔에 겨운 이

마음씨 여리고 착한
당신이 아니라 나이기를!


+ 사랑하는 당신께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덮인 오늘

왜 당신 생각
물밀듯 밀려올까  

아마 당신 영혼
눈같이 맑았기 때문일 거야

사람들이 입 모아
천사라 불렀던 당신이니까.

몸은 지상을 떠나고서도
늘 내 맘속 살아 있는 당신의 존재

낮이나 밤이나
내 곁에 맴도는 당신의 숨결 있어

당신 뒤에 쓸쓸히 남고서도
난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것.

허공에 휙 스치는
한줄기 바람 같은

이 목숨
그분께서 거둬 가시는 날

앞서거니 뒷서거니 흘러
바다에서 합하는 강물같이

잠시의 슬픈 이별 너머
영원의 따스한 입맞춤으로

우리 둘도
반갑게 다시 만나리니.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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