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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아내의 별' 외

     날짜 : 2014년 07월 09일 (수) 2:41:28 오후     조회 : 1547      


<아내를 노래하는 시 모음> 정연복의 '아내의 별' 외

+ 아내의 별

이름의 마지막 글자처럼
맑은

아내의 눈 속에
별 하나

세상에서 제일 작고
예쁜 별이 있는데,

나는 그 별에
입맞추고

그 별에
뺨 살짝 포개어

스르르
잠이 들었다

지금껏 가장 편안하고
고운 잠이 들었다


+ 별의 거처

별은 저 높이
하늘에만 사는 게 아니다

초롱초롱 별은
내 곁에도 살고 있다.

길가의 들꽃을 보며
예뻐 어쩔 줄을 모르고
  
어항 속 구피 새끼들을
마치 제 자식처럼 바라보는

아내의 해맑고
착한 눈은 별이다.

세상은 아름답고
모든 생명은 고귀한 거라고

가만가만 얘기하는
그 별

밤이나 낮이나
내 맘속 빛나고 있다.


+ 아내의 시(詩)

나의 아내는 시(詩)다
아내의 모든 게 내게는 시다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 한 송이
환한 기쁨의 시다

호수같이 맑고 선한 눈빛
아무리 보아도 참 예쁜 시다

깊은 밤 단잠을 자는 모습
고요한 평화의 시다

두 손 가지런히 모은 나지막한 기도
성스럽고 경건한 시다

이따금 쓸쓸한 아내의 뒷모습
내 가슴 아린 슬픔의 시다.

나의 사랑스러운 신부  
나의 다정하고 지혜로운 길벗

오, 아내는 작은 내 심장
고동치게 하는 시

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읽고 또 읽어야 할 명시(名詩)다.  


+ 아내는 꽃이다

이슥한 밤, 곤한 잠을 자는
아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하루가 얼마나 고단했으면
이리도 깊이 잠들었을까.

이제는 아련한
우리 둘 첫사랑의 시절

아내 얼굴은
한 송이 눈부신 장미였는데

자식들 낳아 기르고
하루하루 바쁜 살림살이에

많이 상했다
군데군데 주근깨가 피어 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내 눈에 아내는 여전히 꽃

세월의 연륜 묻어나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꽃이다.


+ 아내와 코스모스

연분홍 코스모스 더미 속에서
아내가 웃고 있다

분홍빛 루즈를 칠한
입술 사이로

하얀 이빨 가지런히 드러내고
고운 눈웃음을 짓는다.  

가을꽃 코스모스
가을에 태어난 아내

둘은 참 잘 어울린다
찰떡궁합 같다.

여덟 장의 꽃잎 벌려
코스모스가 활짝 웃고

아내도 덩달아
밝게 미소짓는 모습을 보니

올 가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있겠다.


+ 아내의 얼굴

곤한 잠을 자고 있는
아내 얼굴을 보니 가슴 찡하다

장미처럼 참 곱고
목련같이 화사했었는데

고단한 세월의 자취인 듯
군데군데 기미가 낀

아내 얼굴이
이제는 들꽃을 닮아 있다.

어느새 내 나이 쉰 여덟
아내도 쉰 둘이 되었으니

앞으로 지상에서
우리 둘이 함께 걸어갈

금쪽 같은 시간
얼마쯤 남아 있을까.

예나 지금이나
해맑은 영혼 그대로인

착한 아내의 얼굴에
행복한 웃음꽃 피어날 수 있도록

애써야 하리
아내를 더 많이 사랑해야 하리.


+ 아내의 뒷모습

겨울 초입의 쌀쌀한 날씨  
아침 찬바람을 가르며

출근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살며시 훔쳐보았다.

마치 북극곰같이 두툼한 옷을 입고
어깨에 가방을 둘러맨 채

235밀리의 작은 발로
퍽 느리지만 또박또박 걸어가네.

한철 푸르게 무성하던 잎들
꿈같이 지고 말았지만

담쟁이덩굴은 길가의
아득한 벽을 기어오르는 길,

쓸쓸하면서도  
희망이야 시퍼렇게 살아 있는

우리 집에서 창동 지하철역까지
길다랗게 뻗어 있는 그 길을 따라

쉼 없이 한 발 한 발 전진하는
나의 작은 아내여

달려가 안아주고 싶은
아내의 뒷모습이여.


+ 사랑의 천국  

며칠 전 내게 보내준
단 두 줄의 문자 메시지

"내가 천국에 갈 때까지
당신만 사랑해요."

이 황홀한 고백
한평생 가슴속에 있을 거예요.

나도 똑같이
당신께 말하겠어요

"내가 천국에 갈 때까지
당신만 사랑해요."

꿈같이 바람같이 흐른 지난 세월
가만히 뒤돌아보면

당신과 함께 한 스물 네 해
하루하루가 천국의 시간이었지요.

이제 우리의 머리에
흰 서리 솔솔 내려

지상의 날들
얼마쯤 남았을지 몰라도

우리의 사랑이
바로 우리의 빛나는 천국이고

어느새 미루나무같이 우뚝 자란
사랑스러운 아들과 딸

그 천국의 더없이 소중한
보물인 것을.


+ 차라리 나이기를

우리가 만난 지
어느새 스물 다섯 해

이따금 싸울 때도 있지만
부부의 정 말없이 깊어지는

우리 두 사람은
아무래도 천생연분.

당신 없는 나
나 없는 당신은 몹쓸 생각이지만

무릇 생명의 주인은
바람 같은 시간

언젠가 우리 둘
지상의 인연 다할 날이 오겠지.

한날 한시에 같이 가서
함께 흙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죽음의 길이라도 무섭지 않고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하지만 우리 둘 중 누군가
먼저 떠나야 한다면

그래서 뒤에 남는 사람이
슬픔에 잠겨야 한다면

아무쪼록 당신이
나보다 먼저 가기를!

사별의 큰
슬픔에 겨운 이

마음씨 여리고 착한
당신이 아니라 나이기를!

* 정연복(鄭然福):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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