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리움인 채로
국중오
이제는 그리움인 채로
나뭇잎들 흩어지는 가을길을 따라갑니다.
한없이 가고싶은 이 길엔
바람에 잎들만이 날리고
가끔씩 갈대꽃들이 하얗게 웃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다가,
사랑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함을 아파했습니다.
어느새 석양이 시작됩니다.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 속에
소유할 수 없는 아쉬움들로 채워지는
저녁 어스름,
당신을 찾아 마음으로 떠나는 길이
행복이라 알고는 있지만,
안개가 쌓이는 날은 슬픔이었습니다.
오늘도 바람을 따라 걸어갑니다.
당신께 가는 길은,
갈대꽃 이름 모를 풀들 꽃향까지
어느 것 하나 남기지 않고 함께 가지만,
수없는 세월 그렇게 오고 갔지만,
이제는 그리움인 채로,
그리움인 채로 남아 있어야 함을
나의 몫으로 받아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