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 / 안재동
양지바른 산등성, 고이 쌓인 눈 위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애써 남기고라도 싶었던 듯
화석처럼 단단하고 선명하게
수많은 발자국을 굳혀 놓았다.
눈이 녹자, 발자국들이
흔적조차 없이 일제히 지워지고
온 산야가 들풀로
파름파름 덧칠되면서
길벗도 없이 오래도록 걸어왔던
기찻길처럼 길고
산길처럼 꾸불꾸불한 길 하나
무상이 사라져가고 있다.
어느 강나루,
사방에 갑자기 불어난 새떼며
겨울잠 깬 들짐승들의
부르짖음과 눈빛이 대기를 흔드는데
제법 멋스럽게 자란
키 큰 수양버들 한 그루,
벌쭘하니 하늘보고 선 모습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데
겨우내 외돌아간, 씁쓸한
사랑의 보푸라기를 하얀 강물에
훌훌 털어버리고 싶음인지
매서운 꽃샘바람 앞에서
온몸에 보송보송 돋은 새순잎을
새떼의 날갯짓처럼 힘차게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