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이 있는 아침 * / 안재동
휴일인지라 좀 늦게 눈 뜬 아침,
책상 한켠에서, 기다렸다는 듯 내 얼굴
빤히 쳐다보는 빵 봉지가 눈에 든다.
세 개가 들었던 건데, 두 개는 어제 먹고
한 개가 남아 있다. 1980년대 초엽
군대 시절에 특식으로 가끔 나오던
보름달같이 생긴 빵인데, 할인점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추억 땜에 산 빵이다.
무심코 냉장고에 넣지 않고 그냥 둔 탓,
빵의 표면이 약간 굳어졌다.
오늘 아침 다시 그 빵을 보자,
우크라이나였나 우즈베키스탄이었나에
거주하는, 고려인 할머니의 생활이
어느 텔레비전에서 예전에 소개되던 때
화면에 비치던 빵의 모습이 떠오른다.
낡은 신문지에, 어른 손바닥 크기의
둥그렇게 생긴 빵을 둘둘 말아
장롱 위에 신줏단지 모시듯 올려놓고
손님이 왔을 때나 꺼내시던 할머니.
빵의 얼굴엔 분칠한 듯 곰팡이가 슬고
딱딱할 대로 딱딱해진 빵을 귀퉁이부터
조각하듯 망치로 깨뜨리던 장면.
지금 눈앞에 놓인
빛깔 좋은 빵 하나, 한 잎 썩 베어 물자
굳은 빵의 귀를 쳐내리던
고려인 할머니의 망치 소리 때문에
귓바퀴가 아려오고
얼굴엔 곰팡이꽃이 피듯 간질거리고
어디선가 쿰쿰한 냄새가
콧구멍 속으로 화악 퍼져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