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토요일 오후
어느 화가도 그릴 수 없는 해변의 황혼
도토리가 떨어져 있는 작은 오솔길
내 마음을 그리는 작은 스케치북
우정만큼이나 두터운 친구의 미소
4층 건물에서 내려다 본 풍경
추억이 서려 있는 그리운 섬
앨범 속의 빛 바랜 사진들
어둔 밤에 켜놓은 촛불
눈 밟는 소리
거리에 떨어진 노란 은행잎
낙엽을 보는 따스한 눈빛들
다시 태어난다면 꼭 되고 싶은 별
읽어도 또 읽고 싶어지는 크리스마스 카드
홀로 걸으며 읽어보는 시집 몇 권
일요일 오후에 마셔보는 음악 속의 커피향
우표 없이 띄워보는 예쁜 그림엽서
그와 나누어 보는 몇 마디의 옛 이야기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
외로울 때 주머니 속 동전 두 개
늦가을에 볼을 스쳐가는 바람
떠나고 싶은 자유
문득 날아온 친구의 편지
맑은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