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정하
내 가진 잉크로는 그릴 수 없네.
그대가 떠나고 난 뒤
시커멓게 탄 내 가슴의 숯검정으로
비로소 그릴 수 있는 것.
아무도 알지 못하지.
내 가슴 깊숙이 자리한 나뭇잎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
기다림으로 제 한 몸 붉게 물들이고
끝내는 싸늘한 땅으로 떨어지고 마는
한 잎 나뭇잎,그 나뭇잎을 알지 못하지
내 마음을 흔들고 지나간 한 줄기 바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
다시 온다는 한마디 말만 남기고
흘쩍 떠나버린 그대, 네 뼈 속 깊이
아픔으로 박혀 있는 그대를 아무도 알지 못하지.
한 줄기 바람으로 스쳐 지나간 그대를
아무도 알지 못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