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잘 하세요
연습이었을 겁니다. 그래요, 우리 얘기, 연습이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속이 좀 상하는 것은 서로가 마찬가지이고, 이 정도 아파해도 될 만큼 충분히
아름다운 얘기 만들어 두었으니까 그저 연습 한 번 잘했다고
생각하기로 하는 겁 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그렇게 미안해 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기억 속에 나를 자꾸만
불쌍하게 만들어 놓으면 내가 더 비참해지는 겁니다.
아셨죠? 다음에 잘하면 되는 겁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속은 좀 많이 망가지겠지만 입을 안 벌리면 누가 알겠습니까? 어떤 얘기가 있었
는지, 그 얘기로 가슴 한 번 내려앉았던 사람인지, 처음부터만 잘한다면 아무도
모를 겁니다. 경험이 중요한 세상에 좋은 경험 한 번 했다고 생각하십시오.
빌어 먹을 이 경험을……!
어떻습니까? 이제 좀 알것도 같은지요? 대충이라도 이런 남자는 피해야 한다는
것 이제 좀 아시겠지요. 그럼 된 겁니다. 그 정도라도 해드렸으면 그럭저럭 만족
하며 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잘하셔야지요. 다음에는 부모님
마음을 충분히 만족시켜드릴 수 있고 따뜻한 가슴을 보여 줄 수 있는, 왜 자상하
고, 표현 잘하는 그런 남자들 있잖습니까? 자기 자신에게 충분히 만족하고 자신
을 믿는 남자, 그런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건강도 좀 챙길 줄 알고, 여러 분야
에서 성공할 만한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 놓은 사람.
말 들으세요. 사랑하는 데 그딴 것들이 뭐 필요하냐 말했지만, 필요하답니다. 그
딴 것들이 없어서 보내지 않습니까?
그렇게 보고도 모르시겠습니까? 사랑도 세상 살아가면서 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또 한 번 무너져 보고 싶은가요?
아니지요? 이제는 두 번 다시 싫지요? 그래요. 그게 경험이라는 겁니다. 나도 싫
어요. 나를 사랑해 주는 내 여자 하나 못 지키는 못난 사람. 이제 생각만 해도 욕
이 나옵니다. 정말이지 이런 얘기 들려 주면 안되는 건데. 가끔 치가 떨릴 때도 있었지
요. 사 주고 싶은 것, 먹이고 싶은 것, 데리고 가고 싶은 곳이 왜 그리 많던지. 당신은
언제나 괜찮다 괜찮다 했지만 내가 싫었던 겁니다. 내가 싫어서 취하도록 마신
고, 그렇게 취했으면서 입 벌리면 말해 버릴까봐, 오늘 너와 어디 가서 저녁 먹
고 싶었고, 무슨 옷이 너무 어울릴 것 같았고, 그 옷 입히고 어디를 가고 싶었다
고 내가 말해 버릴까봐, 계속 입다물고 술잔만 비운 거랍니다. 괜찮다는 소리 듣
기 싫어서 내가 생각해도 내 미래가 안보이는데 그래도 다 잘될 거라는 소리 듣
기 싫어서……. 그러니 이제 잘하셔야 합니다. 이제부터 잘하면 되는 겁니다.
부모님들이 어디 당신들 잘 되자고 그러셨겠습니까? 자식 사랑하는 그 마음 다
이해해 드려야 하는 겁니다. 괜찮은 사람 만나서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 쇼핑도
하고, 근사한 데 가서 저녁도 먹고 그 사람이 집에 전화했을 때 어머님이 반갑게
바꾸어 줄 수 있는 그런 능력있는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동안 나 때문에 벌어
졌던 부모님과의 사이도 예전처럼 가까워지시고 행여라도 쓸데없는 미련 때문에
힘들어 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연습이었다는 거. 다음에는 잘하실 거예요. 나를
거울로 삼아 피할 건 피하고, 쓸데없는 애정에 발목 잡혀 안되는 거 알면서 사랑에
빠지는 일 없도록 하고, 당신을 아껴주고 가꾸어 줄 수 있는 능력있는 남자 만나야
합니다. 자신 있죠? 잘하실 거예요. 충분한 연습이 있었으니까 이제부터 실수는 없을
겁 니다. 다만 연습을 너무 힘들게 해서 질려 버렸을까봐 사랑하는 사람 만드는 일
생각만 해도 겁을 먹을까봐 그게 좀 걱정이 됩니다. 연습했던 과정이 떠올라, 그
과정에 너무도 치가 떨려 다음 번을 아예 만들지도 않을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