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으로
-황동규
우리 헤어질땐
서로 가는 곳을 말하지 말자.
너에게는 나를 더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그걸 노래부를 힘만을
눈이 왔다, 열한시
펑펑 눈이 왔다, 열한시
창밖에는 상록수들 눈에 덮이고
무엇보다 희고 아름다운 밤
거기에 내 검은 머리를 들이밀리
눈이왔다, 열두시
눈이왔다, 모든 소리들 입다물었다, 열두시
너의 일생에 이처럼 고요한 헤어짐이 있엇나 보라
자물쇠 소리를 내지 말아라
열어두자 이 고요속에 우리의 헤어짐을.
한시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길 가는 청춘을 낭비할 만큼
부유한 자 있으리오
어디 이 청춘의 한 모퉁이를 종종걸음칠 만큼
가난한 자 있으리오
조용하다. 지금 모든 것은.
두시 두시
말해보라 무엇인가 무엇인가 되고 싶은 너를
밤새 오는 눈, 그것을 맞는 길
그리고 등을 잡고 섰는 나
말해보라 무엇인가 새로 되고 싶은 너를
이 헤어짐이 우리를 저 다른 바깥
저 단단한 떠남으로 만들지 않겠는가
단단함, 마음 끊어 끌어낸.....
너에게는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그걸 노래부를 힘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