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르릉" (스무번째 벨 울리는 소리. 얼핏 잠에서 깬 나)
"여보세요"(잠결에 전화를 받음. 시계를 보니 낮 12시였음)
"누구세요!"(짜증이 나서 한 마디 던짐. 이 새벽에 전화를 하는 예의 없는 사람이 누군가 화가났음)
"나야, 오빠. 지금 수업 들어가야 돼서 짧게 말할게. 좀 있다 우리 학교 미대 건물
앞으로와. 어딘지는 수위 아저씨한테 물어보고. 4시 반까지 와야돼. 참, 올 때 위
에 쫄티 입고 와야 돼. 딸깍..."
"......"(한국통신에서 온 안내전화인줄 알았음. 다시 그냥 누었음...)
"흐음..."(누워서 몸 제치는 소리. 잠을 다시 청하면서 한국통신에서 온 전화의 음 성을 다시 되새김함)
"휘릭"(이불 걷어내는 소리.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남... 여자에게 온 전화임)
"쓱..."(다시 누움. 나에게 올 전화는 교회 누나들밖에 없었음을 상기함. 그런 전
화는 별일 아님. 누워서 메시지 내용을 다시 상기함)
"헉!!!"(비명과 함께 다시 일어남. 이제야 사태 파악했음!!)
헐레벌떡 머리감고 옷 챙겨 입고 집을 나섰습니다. 물론 쉴새없이 구시렁거렸습니다 ^^: 어쩜 무책임하게 저런 말을 던질 수 있지.. 여자들은 다 그런가...
(좀 바뀐 거 같슴다^^;)
하여튼,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바꿔 타고 생전 처음 이대를 향해 갔습니다.
익숙한 1호선에선 맘 편히 자고 가던 난 신도림에서 떼로 몰려 탄 여학생 군단들
속에 갇혀 비로소 내가 여대를 가고 있다는 것을 상기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이 탔는지 전 이내 여자들 속에 갇혀 서 있는 결과가 되었고,
한참 지하철 성희롱이 문제되던 때라 전 여자들의 힙에 제 그것이 밀착되지
않도록 기묘한 자세로 엉덩이를 뒤로 빼고 서 있었습니다.
그 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
"흡!!..."
누군가 엄청나게 독한 향기를 뿌렸습니다. 도대체 뭘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냄새
는 정말 내장을 뒤집을만큼 엄청난 냄새였고 다들 예의상 말은 안 하다 뿐이지 얼굴
에는 한 가득 '어떤 년이야!'라는 표정들이었습다. 왜 어떤 년이냐구요?
당연히 나 말곤 전부 여자들이었으니 저들 중 한 명이었겠지요.
냄새는 숨을 막힐 정도로 꽉 차 올랐고 나중엔 이뿐 얼굴인 척 하고 서 있는 여자들
이 전부 미워 보일 찰라, 전철 문이 열리면서 신문 팔던 넘(당시엔 들고 다니면서
신문을 팔았음)이 들어왔습니다.
"스포츠조선이나 일간스포츠... 흡...(말하다가 숨막힌 소리) 아, 씨x 냄새!!!
어떤 새끼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그 신문 팔이 넘은 "어떤 새끼야"하며 날 째려보고는 문이 닫히기 전에
나가버렸고, 졸지에 난 그 넘이 째렸다는 이유로 냄새의 주범으로
몰렸습니다.
주위에 여자들은 힙을 뒤로 살짝 빼고 서 있는 내 자세를 보고 나를 범인으로
단정 해 버렸고 난 얼굴이 새빨개져서 암말도 못하고 서 있었습니다^^;;
완전 개망신입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어서 전철이 서서 내릴 때만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전철은 이대 앞에 섰고 난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앞으로 뛰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나의 두 번째 큰 실수가 이어졌습니다 ^^:;
생각 없이 앞에 있는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간
나는(그녀들과 에스컬레이터를 차마 탈 용기가 없었슴다)
이대전철역 출구 가는 계단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고, 난 100미터는 족히 되
보일 오르막계단을 혼자 낑낑대며 올라갔습니다. 정말 쪽이란 쪽은
다 팔았습니다. 아까 그 뇬들은 유유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그 계단을 혼자 죽어라하고 올라간 난 결국 그뇬들과
나란히 올라가게 됐슴다 .
-_- ......"(그뇬들이 날 보는 침묵의 소리. '저 넘 촌넘인가봐. 여기 첨 왔나봐.
걸어가잖아)
"-_-++.."(그뇬들의 경멸의 눈동자. '하긴. 그 지독한 것을 뿜어내고 감히 이
걸 타겠어.')
-미소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