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손
새벽녘 먼저 기른 정화수
둥근 백자 대접에 그득 담아
장독대 항아리에 올려 맑은 달을 담근다
떠나가신 부모가 꿈자리에 찾아 들고
불현듯 집안에 우환이 생기니
군에 간 막둥이가 맘에 걸리고
사느라 애쓰는 동생들이 선하게 눈에 밟히니
양지 바른 바람 맑디맑은 치성으로
하늘님의 눈시울에 탯줄을 두루 두르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
가슴 깊은 한 사방 천지 훌훌 날리며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굽이 살피소서
검푸른 어둠이 천지를 휘감고
치마 자락에선 신들이 나풀나풀 춤을 추면
근심은 발 밑으로 흐르고
액운은 유성 끝으로 날리고
하늘 가까운 고결한 정성
수만 수천의 별이 되고
비손 사이로 번지는 고운 님의 향기
여명의 엷은 미소 그득하게 담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