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하나씩 잃어간다는 것일까
표정 없는 초상화처럼 나는 늘상 목이 마르고
무심히 바라볼 수밖에 없는 저 얼굴과 얼굴들
살아간다는 것은 날마다 풀뿌리 하나씩 뽑아내는 일이다.
무성한 잡초밭처럼 나는 늘상 가슴이 조이고
창밖엔 지나는 시간의 먼 발자국 소리
돌아다보면 명치 끝에 잠겨드는 고샅길
살아간다는 것은 그 고샅길로 그냥 지나치는 일
묻었던 바람 한 자락 흔들며 지나치는 일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바람 흔들며 햇살 한 줌 만나주는 일
아, 산다는 건 담담히 떠나는 이에게 손 흔드는 일
아무런 표정도 없이 뒷모습이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