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을 따라가며
풀잎이 내 발목을 스치는 사이
은사시 잎사귀는 몇 번이나 자반뒤집기를
하고
물버들이 제 그늘을 조심조심 쓸고 있는 사이
강물은 몇 바퀴나 지구를 돌아왔나
은사시 하얀 잎새처럼 빛부시던 만남을
낭창낭창한 수평선에 내거는 사이
강물은 몇 바가지나 가벼워졌고
은사시 파란 잎새처럼 춥던 이별로
생의 문턱을 뉘엿뉘엿 넘는 사이
바람은 몇 번이나 몸을 씻었나
여잎 위의 물방울처럼 네게 스미지 못하고
굴러 떨어진 풋살구 같은 내 마음이 익는
사이
만경강물은 얼마나 더 깊어져
사십 년 넘게 제 옆구리나
번번히 허적거리는 나를
말없이 안고 가는가
이무리 오래 걸터도 짧아지진 않고
강물은 그냥 고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