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포의 질량 / 김소연
맨처음 우리는 귀였을거예요 아마. 따스한 낱말과 낱말이 포켓 사전처럼 대롱거리는 귓불이었을거예요 아마. 그때 우린 사전의 속살을 들춰보았죠. 여긴 두 페이지가 같네요? 파존인가요? 그 다음 우리는 그릇이었을테죠 어쩌면.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듯 살아온 날들이 흘러내리지 않게 자그마한 그릇처럼 웅크려야 했을테죠. 그때 우리는 맛있었죠. 그때 우리는 양손바닥으로 밀착되었을 테죠.
고해와 같았을테죠 어쩌면. 딸기 맛과 멜론 맛이 회오리처럼 섞일때면 하루가 저물었죠. 그런 후에 우리는 서로가 기록이었죠. 손목이 손을 놓치는 순간에 대해. 시계가 시간을 놓치는 순간에 대해, 대지와 하늘이 그렇게 지평선을 만들듯이 윗입술과 아래 입술을 그렇게 하여 침묵을 만들었죠.
등 뒤에서는 별똥별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내렸죠. 그러곤 우리는 방울이 되었어요. 움직이면 요란해지고 멈춰서면 잔잔해지는, 동그랗게 열중하는 공명통이 되었죠. 환희작약 흐느낌, 낄낄거리는 대성통곡, 은총과도 같이 도마뱀의 꼬리와도 같이. 우리는 비로소 물줄기가 되었죠.
우리는 비로소 물끄러미가 되었죠. 이제 우리는 질문이 될 시간이에요. 눈 먼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마음 속으로 그려보는 시간이죠. 덧 없지 않아요. 가없지 않아요. 홀로 발음하는 안부들이 여울물처럼 흘러내리는 이곳은 어느 나라의 어느 골짜기인가요. 이것은 불시착인가요 도착인가요. 자 우리의 질문은 낙서인가요 호소인가요. 언젠가 기도인가요?